도둑 고양이 때문에 선잠을 잔 기억이 있다.

집 뒤뜰에서 패를 지어 노다니던 녀석들 때문에 그 이상의 고통을 느끼며 밤새떨어야 했던 기억도 있다. 게다가 녀석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썩은 생선 한 도막이라도 건지는 날엔 그것을 둘러싼 싸움에 밤잠은 물론 악몽까지 꾸게해 녀석들에 대한 느낌은 그리 좋지 않음을 넘어서 가끔은 증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난 고양이에 구전 되어온 묘한 이야기 때문에 이 녀석들을 따끔하게 야단치지도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흘러보냈다.


도둑 고양이의 생태를 관찰해보면 알겠지만, 녀석들은 여간 조직적이고 실리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특히 녀석들의 나와바리(?)에 다른 패거리들이 침탈 했을때는 더욱이 그렇다. 일단 녀석들은 다른 패거리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면 같은 패거리의 녀석들을 불러모은다. 패거리들이 모이면 ‘침입한 녀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회의를 하는데, 이 과정은 다른 고양이들보다도 리더격의 녀석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를 따르는 체계이다. 그러다 보니 행동대원 고양이의 경우는 리더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모난 돌이 丁맞기 마련’ 이기에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 집 뒤뜰에서 한판이 벌어지고 말았다. 주로 리더의 경우 뒷자리에 털을 바짝 세우고, ‘야옹’ 거리며 일선 고양이들을 지휘하는데, 전방으로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리더가 나서지 않는 싸움은 행동 대원들의 성적에 따라서 결판이 나기 마련이다, 도둑고양이 싸움의 白眉는 행동 대원의 싸움인데, 지켜보면 아주 흥미롭다. 일단 일선 고양이들은 자신의 리더와 상대방 리더의 눈치를 살펴본다. 일단 싸움의 기선을 제압하기보단, 싸움의 흐름을 읽으려는 재미난 행동이다. 때리는 척, 맞는 척을 반복하던 고양이들은 싸움 종미에 접어들면, 어느 편이 이기는 분위기인가를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도둑고양이들은 이길 것 같은 편으로 넘어가, 본래 자신의 리더에게 발톱을 세운다.


어쩌면 고양이의 발톱과 인간의 주둥이는 같은 역할을 할는지 모른다. 대선이 가까워 진다. 여러 낭만고양이들의 권투를 빈다.

윤수현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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