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하면 떠오르는 몇가지가 있다. 캠퍼스, 연애, 그리고 동아리.

동아리는 대학생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과거 통기타를 치며 캠퍼스를 휘젓던 80년대 학번에게도 취업의 부담에 짓눌린 2000년대 학번에게도 동아리는 대학생활이란 공식의 공통분모다. 세월이 흘러 모습은 변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동아리 활동의 이모저모를 지난 15(수)일과 16(목)일 양일간 민주광장에서 열린 동아리박람회를 통해 알아봤다.

동아리박람회는 매년 3월에 동아리연합회(회장=신재석겵ㅀ域?행정03)가 주최하는 행사로 70여개의 동아리가 참가한다. 민주광장에는 각 분과별로 나눠 동아리 홍보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동아리 회원들은 매 쉬는 시간마다 자리를 교대하며 동아리의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보게 돼서 너무 신기해요.” 고대농악대가 ‘즉석인절미’를 만드는 과정을 본 오숙이(정경대 정경06)씨의 얼굴에서 호기심이 묻어난다. 조금 더 걸어가자 배드민턴 동아리 KUBC가 만든 작은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이 직접 배드민턴을 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이색홍보는 신입생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박람회장에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각 동아리들이 홍보에 열성을 다하는 이유는 동아리를 유지하려면 신입회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안암캠퍼스에 중앙 동아리는 79개가 있다. 중앙 동아리가 되려면 가등록 신청을 한 후 3번의 대표자 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미 등록된 동아리도 매년 재등록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 때 △25명 이상의 회원 △3개 이상의 단과대 △3개 이상의 학번이 기재돼야 재등록이 가능하다. 일정요건을 만족하는 회원수가 동아리 존립에 필수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각 동아리들은 동아리 박람회 외에도 여러 홍보활동을 통해 신입회원 모집에 3월 한 달 동안 총력을 기울인다.

이들은 포스터를 붙이거나 지인을 통해 그들이 속한 동아리를 알린다. 공연분과의 동아리들은 그 외에도 각종 공연을 통해 각자 동아리를 홍보한다. 지난 15일(수)에 흑인음악 동아리 TERRA는 신입회원 모집을 위해 안암역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극예술연구회의 경우 오늘(20일)부터 일주일간 연극학교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연극학교에서 조명부터 분장·의상·연기 등 연극에 관한 모든 것을 참가자들에게 가르치고 마지막 날에는 함께 연극을 공연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둘째 날 비가 내린 속에도 여러 동아리들이 신입회원 모집에 성공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신입생들로 붐볐던 연합동아리 국제경상학생협회(AISEC)의 경우 국제화 시대에 대비하는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수영동아리 수호회는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많은 학생이 가입했고 영어학습 동아리 TIME은 지난해부터 회원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홍보활동들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회원수가 주는 동아리도 많다. 배드민턴 동아리 KUBC는 해마다 회원이 줄어 신입회원 모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톨릭 학생회 젊은 예수, 노래얼 등의 동아리도 회원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보다는 학과공부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통기타 동아리 그루터기의 문현종(정통대 전파통신공학과05)씨는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이 시간을 뺏기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신입회원은 증가하지만 실질적인 활동인원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국악연구회는 신입회원 수는 이전에 비해 늘었지만 실질적인 활동인원은 늘지 않았다. 그 원인에 대해 국악연구회의 허지용(경영대 경영05)씨는 “많은 학생이 학기 초 동아리에 대한 숙고 없이 가입한 뒤 활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댄스동아리 KUDT는 지난해에 신입회원 90여명이 가입했지만 힘든 연습을 견디지 못해 나가고 현재 25명만이 활동하고 있다. 같은 학내 동아리 내에서도 명암이 갈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동아리는 국내·외의 타 학교와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연합동아리다. 국제경상학생협회(AIESEC)는 국내 11개 대학 및 전 세계 800여개 대학과 교류를 맺은 대표적 연합동아리다. 이유근(경영대 경영05)씨는 “지난 여름 홍콩침례대학(HKBU) 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고 밝혔다. 국제학생연합회(UNSA)도 많은 학생이 가입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여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홍보에 열정을 쏟던 펜싱부 회원 손영훈(문과대 독문02)씨는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평생의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비인기 종목 운동에도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가톨릭 학생회 젊은 예수의 오빛나(문과대 영문05)씨 역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강의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의 낭만이 사라져 가는 지금. ‘요즘은 낭만이 없어’라며 한탄하기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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