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은 출판이 불황기에도 수요가 줄지 않는 분야이다. 물론 이는 동화를 포함한 많은 어린이 문학이 발달할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의 토대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 문학이 양적 팽창만을 하는 속 빈 강정의 모습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출판의 공공성 강화, 아동 문학 비평의 활성화 등 여러 대안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판매를 100%라고 본다면, 그 중 어린이 책이 차지하는 부분이 15% 정도며, 아동 문고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12∼13% 정도 증가했다고 보면 된다”는 영풍문고 강남점 직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동화는 양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도 어린이 책 시장은 수요 증가에 걸맞게 양적으로 많이 성장한 상태다. 그러나 정작 동화를 포함한 아동 문학의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에 걸맞게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국내 아동 문학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번역물의 범람이다. 번역물 범람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번역물에 대한 검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출판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계절」 출판사 마케팅 부장은 “국내 창작물이든 국외 창작물이든 내용이 우수하고, 아이들의 필요에 맞게 쓰여졌다면 상관없지만, 근래 1∼2년 사이에 는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면 출판해 버리는 양적 증가가 눈에 띈다.”고 말한다.
 

검정되지 않은 번역물 범람

출판 구조의 문제점에 기인

작가 발굴보다 번역물 의존
 
이처럼 번역물이 범람하는 이유는 한국 출판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즉, 국내 창작물 시장이 커지기 전에 어린이 책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해 버려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수요에 맞는 상품을 찾는 데 급급한 나머지 외국 창작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 결과, 외국 작품에 대한 출판사들간의 저작권 경쟁으로 이어지는 촌극을 낳기도 했다.

이렇게 시체말로 ‘빨리 돈이 되는’손쉬운 번역물에만 일부 출판사들이 집중을 하다보니, 결국 국내 작가 발굴에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즉, 출판사들이 신인 작가를 발굴해 창작물을 제작하고, 검증 받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 외국 작품의 저작권을 수입하는 게 간편하다는 논리이다. 이는 결국 국내 창작물 시장의 성장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밖에 저학년 중심의 동화나 그림책 등이 양산되는 현상도 새로운 변화 중 하나다. 이는 그동안 고학년 중심의 책들이 주로 출판되다가,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저학년 중심으로 문고가 채워진다는 의미로,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문제는 주제나 소재,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이 책마다 유사한 성격을 띤다는 데에 있다. 이 역시 소재 발굴을 게을리 한 출판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유사한 소재의 책 양산

일러스트레이션 질적 미달

장르의 불균형도 문제

같은 맥락으로 저학년 중심의 문고가 양산됨으로써, 그동안의 사실주의 중심의 동화계에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즉, 저학년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엮어진 그림책이나 어린이의 상상력에 도움을 주는 판타지 동화 등 새로운 장르의 개발이 요구된다.

한편, 그림과 함께 동화가 만들어지는 그림책의 경우 일러스트레이션의 질 또한 중요시된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어린이 책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할 무렵인 1990년 초반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기법을 지닌 많은 작품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신인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고 있으며, 과학 관련 그림책의 경우 점차 세밀화,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림은 발전하되, 그림책은 발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림책이란 글과 그림이 함께 이야기를 엮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히 글을 반복 설명하는 기능만 수행한다는 것이다. 점차 사실적인 회화풍으로 변해 가는 일러스트레이션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양적 성장만 있었을 뿐, 수준 이하의 작품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아직 만족할 만하지는 못하다.

아동문학에서 동시, 아동극 등의 서정장르는 거의 성장하지 않은 반면, 동화를 비롯한 서사장르가 기형적으로 비대해지는 것도 문제다. 현재 서점가에서 동시나 아동극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아동도서 출판에서도 ‘상업성’에 치중한 나머지 ‘돈이 되는’ 대중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서사장르와 어린이들을 위한 지식책 위주의 출판이 초래한 결과이다.

아동 문학은 출판이 불황기에도 수요가 줄지 않는 분야이다. 물론 이는 동화를 포함한 많은 어린이 문학이 발달할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의 토대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 문학이 양적 팽창만을 하는 속 빈 강정의 모습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출판의 공공성 강화, 아동 문학 비평의 활성화 등 여러 대안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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