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가 온 국민에게 즐거움과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그러나 대회 창설을 주도하고 본선 경기를 개최한 미국은 편파성 있는 심판진 운용과 비상식적인 대회 운영 방식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이는 결국 자국 팀의 실망스런 성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3년 후 차기 대회를 위해 많은 수정, 보완 사항이 요구되는 이번 WBC대회는, 양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갖춰진 좋은 조건 속에서 기획된 이벤트라도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운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빛을 볼 수 없음을 드러내는 좋은 예라 하겠다.

지난 23일, 인촌기념관에서 KNUA 무용단의 공연을 관람하였다. 한국 무용과 현대 무용, 발레를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큰 기대를 갖고 객석에 앉아 1부 ‘Boulevard'를 만족스럽게 즐겼다. 하지만 인터미션 후 진행 된 2부 공연 동안에는, 필자는 아쉽지만 단 10초도 무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1층 객석 뒤 출입구 근처와 역시 1층 객석의 정 중앙에서, 소위 전문적 촬영을 위한 사진기로 무용수들을 촬영하는 셔터 소리가 공연이 마칠 때까지 끊이지 않고 났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 도중에도 소리가 나는 방향을 수차례 바라보며 눈치를 주었지만, 셔터 소리는 가히 애니메이션을 구성해도 될 만큼의 잦은 빈도로 객석을 자극하였다. 심지어 배경 음악이 작고 여리게 흐를 때면, 자동 초점 기능이 있는 디지털 카메라 특유의 초점 맺는 신호음까지 또렷이 들렸으며, 객석 중앙에 앉아 사진기에 무대를 담던 분은 시야 확보를 위해 수시로 몸을 뒤척이시며 뒷줄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하였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바닥을 스치는 무용수들의 발걸음 소리까지도 확연하게 관객에게 전달되는 만큼, 객석에서도 불필요한 소음 발생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는 사항이다. 보도를 위한 교내 언론 기관의 촬영인지, 행사를 기록하려는 학교 측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연장 내에서 결코 작지 않은 소리를 동반한 과도한 사진 촬영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 날 한국 무용에서 남성 무용수들의 호흡을 잃은 콤비네이션, 발레 중 한 무용수의 엉킨 스텝 등으로 인해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이 완성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무용수와 관객 양측 모두의 집중을 유도하지 못한 학교 측도 어느 정도 떠맡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무대 저작권과 관련하여, 또 관객 모두의 편안한 관람을 위하여 공연장 내 개인적 사진 촬영은 금지되기 마련이지만, 이 날 공연의 특성상 핸드폰을 이용한 약간의 사진 촬영은 이해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나누고 통화마저 시도하는 태도는 다수 관객의 배려 차원에서 공지를 통해 사전에 방지되었어야 했다. 공연 시작 이후에 도착하는 관객의 일괄적인 입장 계획 수립과, 인터미션 후에 뒤늦게 입장하는 관객이 없도록 공연 시작을 공지하는 것 역시 무대를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창출하기 위해 작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23일 공연에는 공연 시작이나 에티켓에 관한 어떠한 안내 방송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연의 도우미로 나선 분들도 관객들을 미소로 맞이하는 데에 그칠 뿐, 관람석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어셔(Usher)로써의 적극적 역할은 하지 않았다.

한 시간 반 남짓 흐르는 동안, 무대는 열정과 역동으로 채워졌지만, 정작 인촌기념관을 나서는 사람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는 사진 촬영 소리와 공연이 시작되었음에도 객석 간 통로를 오가는 다른 관객들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다. 타교 학생인 필자의 친구에게도, 돌아가는 길에 남은 기억은 본교의 멋진 캠퍼스도, 무용 공연의 아름다움도 아닌, 사소한 점으로 인해 방해받은 관람의 불편함이었다.

예능 대학의 부재로 인한 본교인들의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학교 간 교류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학교 측의 시도는 높이살만 하다. 이러한 예술 공연 관람의 기회를, 티켓을 선물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외부인들에게 제공하여 본교의 이미지를 재고토록 하는 것 또한 탁월한 방법이다. 그러나 관람 후에 아쉬움이 남는, 결코 좋은 추억이 되지 못할 공연을 선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학기 중에 KNUA와의 교류로 실내악과 교향악단의 공연이 한 차례씩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번 무용 공연처럼 움직임이 많은 장르가 아니기에 사진 촬영은 잦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욱 많은 집중력과 정숙함을 요구하는 것이 고전음악 공연이다. 학교 측은 학생과 교직원, 교우들에게 예술적 소양을 높여 줄 기회를, 단지 제공하였음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인촌 기념관이라는 좋은 무대와 그 무대를 채워줄 수준 높은 컨텐츠에 걸맞은, 매끄럽고 편안한 공연 운영을 기대한다.

안원섭(심리학과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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