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가희 기자
재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학내 분위기는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선거가 학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왜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는가

-손장권 (문과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 첫째로 자신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지 않고 둘째로 fun(재미)이 없기 때문이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계획을 세워 대학생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 수준을 원하는 목적과 관련시켜 선거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생들이 이렇게 목적의식을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적 거룩한 쟁점에 헌신하는 것은 배부른 사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선거행위 자체에 큰 관심이 없고 동기화되지 않는다.

-이내영 (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 학생들은 취업, 학점에만 관심을 갖는 등 너무 개인적인 경향이 있다. 대학문화가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속한 사회의 구조적원인, 전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학부제가 이러한 성향을 부추기기도 하는데, 학생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파편화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학부제의 경우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질 기회가 없다.
운동권의 의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고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복지, 생활에 무관심하다면 누가 투표를 하겠는가.

△총학에 대한 불신은어디서 나오는가
-손장권 교수
총학의 고립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단과대 학생회의 경우 단과대학, 교수 등 보다 큰 집단들과 이해관계 공통점을 찾아가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현재 총학은 학생, 사회, 학교와 단절돼 있다. 별개의 격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또 옛날이나 지금이나, 재정적 요인이 크다. 선본이 어떤 기조를 내세우던 간에 선거운동을 하려면 돈이 든다. 그렇다면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알 수 없는 돈의 출처는 맑은 시선으로 봤을 때 선거가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현 사회와도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라도, 경상도 등 패거리 문화가 진하다. 이와 비슷하게 대학선거는 학맥(學脈)이다. 비슷한 성향의 단과대학끼리 뭉치는 모습은 투명한 학생조직에 대한 기대를 어렵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총학은 대다수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

-이내영 교수
과거에는 총학활동 존립에 의문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나름대로 학생회조직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총학활동에 의심을 품는다면 지금은 믿음이 없다는 증거다. 총학이 없어도 일반 학생들이 피해보지 않는다면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총학은 일반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없는게 더 편하다’, ‘문제 안 일으켜서 좋다’라고 생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생들이 ‘학생회가 있는 것이 좋다’고 느끼도록 학생회의 역할을 만들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왜 학생회 조직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물론 학외 활동 및 타학교나 단체와의 연대 활동도 필요하겠지만, 일반학생, 대중에게 무슨 도움을 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현재 대학생들이 운동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내영 교수

현 세대 대학생들에게 집단의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야구, 축구에는 집단의식이 높게 표출된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가 생기면 모일 수 있는 세대다.
문제는 동원하는 방식이다. 학생운동의 관행적인 이슈, 목표, 방식을 바꿔야한다. 학생들이 관심있는 구체적 이슈를 제기한다면 그들의 관심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거와 같은 학생운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경향이 바뀌었고, 다양한 개개인의 관심사를 다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소수만 대상으로 한 학생의 성원이 없는 학생운동은 반성해야 한다.
지금은 선거운동의 의제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만약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총학은 대중적 기반 없는 조직이 된다. 이에 학생회 조직들은 위기 위기 의식을 느끼고 학생들에게 지지받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진중권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지난달 28일 강연회 중)
일반 학생들이 사회문제 자체에 관심 없는 것이 아니라 담론이 낡아서 접근이 안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운동은 활자매체적이고 사회는 정보화 사회다. 학생운동이 낡았다는 느낌은 여기서 온다. 따라서 다른 담론들을 갖고 다가가야 할 것이다.
물론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다. 정치적 사회적인 것은 남아있되 패러다임 자체는 바꿔야 한다. 담론들을 업데이트해서 사회문제에 접근해야한다.
또 대학생들의 출신성분이 달라졌다. 1990년대 이후 지배계급쪽에 가까워져 대학생들의 사회 비판의식이 낮아졌다. 사회문제가 이미 해결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특히 권력이 경제로 이전돼 학생운동이 싸워야할 적이 잘 안 보이며 학생들은 오히려 경제권력에 공감한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총학 임기가 끝난 뒤 공약을 실행했는지 점검할 만한 기구는 무엇인가
-이내영 교수

일반 사회에서는 언론 및 시민단체가 하지만 학교 내에서 시민단체를 대신할 기구는 없는 듯하다. 당선되지 않은 단체에서 점검할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평가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일 것이다. 
공약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학교 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생인 이상 한계가 있지 않은가. ‘학교와 협의를 하겠다’가 아니라‘학교를 막겠다’는 것은 선정적이며 실현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어떤 학생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손장권 교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의 실질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공식적으로 재정을 지원받고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며, 간부로 활동하는 사람이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 소수집단의 일이라도 관심을 갖고 소수의 요구를 실현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아파하는 참다운 인간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뢰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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