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고대 100년사에 총학생회 역사는 채30년이 되지 않는다. 격동의 7~80년대에 군사독재정권과의 투쟁과정에서 학생들의 미약한 힘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그 존재가 총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총학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였고 그 존재의 목적은 저항에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외부적 환경은 1987년 이후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직접선거제의 실시에 따라 민주화가 이루어졌고 시민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이전에는 학생들이 전담했던 일을, 이제는 시민단체와 정당이 제도적 틀 안에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구조와 문화가 유지되면서 나타나는 구태의 연속은 피할 수 없으나, 그것이 현재의 가시적 변화를 부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총학은 과연 이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진보와 보수를 현상유지와 현상타파로 거칠게 정의한다면, 그 같은 정의에 따를 때, 여태까지의 총학의 대응은, 그들의 이념적 성격과 다르게, 평균적으로 보수적이었고 말할 수 있다.

그 증거는 현재 캠퍼스에 팽배한 총학에 대한 불신과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난다. 외부의 개혁은 요구하면서도 자기 내부의 개혁적 성격을 담보하지 못하는, 남의 부패는 보고 있으나 자신의 위선은 모르는 지도층에, 그리고 그들의 반복되는 실정에 학생들은 이제 남은 한 가닥의 신뢰마저 거두려 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번에 당선되어 향후 일 년 총학을 맡게 될 선본이나, 혹은 무산되어 다음에 도전하게 될 선본은 아래의 질문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첫 째, 나의 공약은 학생들의 절실한 요구에 착근하고 있는가.
둘 째, 나는 총학을 책임 있고 투명하게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
셋 째, 학교와 학생의 상충되는 이익을 조정하고 공동의 발전을 도모할 방안이 있는가.
넷 째, 정치 뿐 아니라 문화, 환경과 같은 탈냉전 이후 주요 이슈에 대하여 나름의 정리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총학생회, 이제 잘 하고 못하고의 문제에 와 있지 않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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