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생회 선거
매년 11월이 되면 학교에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매일 아침·점심 정대후문이 시끄럽다. 고연전도 아니고, 입실렌티도 아니다. 학생회 선거 기간, 선본원이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다. 매년 몇 명의 후보와 몇 개의 선본이 꾸려지고, 바쁘게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 그 선본들은 자신이 ‘운동권’임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한다. 요즘에는 특히나 자신의 정치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작년 총학생회장 후보가 자신이 한총련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가 당선되고 나서 한총련 의장에 출마하겠다고 해서 총학자게에 논란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학생회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학생회와 ‘운동권’, 그리고 학생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2. 학생
대학생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학생은 지식인이다. 70~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생은 하나의 특권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인구는 300만, 이전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 수가 많아졌다 해도 대학생이 배우는 내용들은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물론 이 역시도 요즘은 토익과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문들로 보다 ‘노골적으로’ 변했지만) 즉 대학생은 아직 생산 관계 속으로 편입되지 않은 계층이다. 생산관계 속으로 편입해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계층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가? 학생에게 동일한 이해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꺼내었다. 학생은 생산관계 속에 속해있지 않다. 비록 지금에 있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미래에 노동자가 될 것이지만 그것은 학생의 지금 위치를 규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쉽게 말해 그들이 회사 사장이 될지 자영업을 할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구조 안에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으나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이 가지는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것과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3. 학생회는 무엇인가?
학생회는 일반적으로 말하면 조합이다. 조합이라 함은 어떠한 공동의 이해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협동조합, 노동조합 같은 조합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동일하지는 않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하나의 이해관계와 노동조건 개선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면 학생회는 그와는 다른 성격의 자치 조합이다. 그리고 학생회의 형성 자체도 80년대 ‘학원 자율화정책’ 하에서 학생들이 만들었던 전국적인 조직망이었다.

4. 운동권
학생이 그들이 처해있는 조건에 따라 규정될 수 있는 단일한 이해관계에 있지 않다면, 학생사회 내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듯 말이다. 아니면 그런 정치적 사안에 보다 자신이 할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사안에 대응하는 하나하나가 그들의 정치적 행동이다. 게시판에 노동자들의 투쟁에 반대하는 글을 올리는 것 역시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 아닌가? 물론 운동권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는 그러한 정치적 차이가 조직돼 있느냐 조직돼 있지 않느냐 라고 생각한다.(물론 지금은 그러한 보수세력 역시 조직돼가고 있고 이전의 진보-혹은 좌-세력들이 조직되고 결집돼 있었던 것은 사회를 주도하는 것이 지배계급이었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은 그 힘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선 집결하고 조직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사안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게 한다. 예를 들어 교육투쟁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있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는 학교가 발전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위해 물가 인상률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공공부문으로서의 교육의 공공성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 계급사회에 있어서 자본주의에서 교육이 담당하는 기능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문제를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다른 쪽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토론과 비판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겠지만..

5. 학생회 선거의 의미
지금에 있어서 학생회 선거라는 것은 투표율이 50%도 넘지 않아 연장투표를 하는 등의 무관심속에서 하나의 정치세력이 세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비운동권 역시 자신의 정치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한다. 비권이라 등장했던 선본 역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있었지 않았는가? 학생회가 운동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로 비판을 하는 것 역시 그들의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정치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학생회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최소한의 학생들에 대한 복지 요구? 아까 다른 정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사안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고 이야기 했다. 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어디까지 얻어내는가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를 것이고, 어떠한 방식으로 얻어낼 것이냐(투쟁이냐 타협이냐 등과 같은)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최소한의 요구조차도 하지 못하는 학생회라고 비판하지만 어떤 요구가 최우선이 될지에 대해서도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파병문제에 학생들이 개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등록금 동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학생회라는 것이 학생들의 이해를 대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학생회가 대표하는 것은 학생들 중 일부만의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수결로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것을 집행하는 기관이 학생회 아니겠느냐?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나름대로 진보적인 사람들도 많이 존재하지만) 조선일보나 KBS뉴스 등을 통해 본 정보를 중심으로 많이 사고한다. 이는 그들이 암암리에 조선일보나 KBS등의 입장에 의거해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일보가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즉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과 토론이 존재하지 않는 다수결은 그것을 용인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 논의 과정이 있다면 많이 홍보하고 이야기함으로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실상 그렇지도 못한 게 사실이다. 투표율 역시 50%를 넘기기 힘들어서 연장투표를 하지 않는가?

6. 문제점
그렇다고 그래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학생회 선거에 나오는 선본은 자신이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지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선거에서 당선이 되고 나서 그들의 정치를 밝힌다. 이는 학생회를 숙권 하겠다는 목적에서(학생회 예산과 학우들을 대표한다는 이름 하에 그들에게 자신의 정치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혹은 그들의 정치에 따라 하나 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자신의 정치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밝히지 않고서 학생을 대표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문제이다. 학생회라는 공간에 대한 환상과 학생사회에 대한 환상은 현실에 기반 하지 못한 공상으로 학생사회를 사고하는 경향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회 선거는 자신의 정치와 입장을 가지고 다른 정치를 가진 사람들과 부딪힐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입장을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그들의 입장을 바꾸고 자신들의 입장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학생회 선거를 통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렇게 선거가 진행된다 해도 그 한 번의 선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선거가 끝나게 되면 총학생회는 학교의 대부분의 것을 집행하고 대부분의 예산을 관리한다. 물론 우리가 돈을 내는 명목은 학생회비지만 학생회가 하는 정치사업에까지 돈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돈만이 아니다. 학교의 대부분의 사업을 집행하는 경로는 과, 단대, 중운위이다. 이는 다양한 학우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 단대를 잡은 운동권 선본의 입장이 중운위에서 논쟁될 뿐이다. 50%를 갓 넘은 투표율로 또 그 중에서도 반도 안 되는 동의로 만들어진 학생회가 선거에서 단 한번 당선되었다 해서 일년의 모든 일을 총괄하는 것이다.
아래로부터 여러 요구사안들이 올라오고 그것에 대한 토론으로 이뤄진 입장이 결정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에 있어서 그 공간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 죽어버린 틀에 매몰돼서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이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7. 어찌해야 하는가?
정치적인 공간으로서 학생회는 매우 유용한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각자의 정치를 이야기 하는 공간으로서 학생회라는 틀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자체는 지금 시기나 모습들에 있어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들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는 올해 교육투쟁에서 학생회의 틀을 넘어 교육투쟁을 사고했던 교육 대책위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를 이야기 할 수 있는-현 시기 학생회라는 틀을 통해서는 매우 어렵다-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학생회 선거기간에 있어서도 다양한 학우들의 이해를 모두 대변하겠노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자신의 정치를 부딪치고 실천함으로서-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자신의 정치를 대중들에게 승인받는 과정으로 해야 한다, 지금에 있어서 선거기간에는 정치를 숨기거나 기각하고 당선된 후에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식의 활동방식을 지양해 나간다면 올바른 자신의 정치활동을 하는 공간으로서의 학생회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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