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 부정사건'은 그간 우리사회에 팽배한 '학벌 지상주의’가 위기지점에 와있음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왜 어린 학생들이 이 같은 '부정사건'에 연루된 것일까? 문제의 근원은 '내실있는 실력쌓기' 없이도 대학하나만 잘가면 인생이 보장될 것 같은 사회분위기에 있다.

물론 사회분위기가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그런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므로 학생개인의 도덕성을 문제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문제의 근원을 오직 학생개인의 '도덕적결함'으로만 국한시켜서는 안될것이다. 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마땅한 것이지만, 이번 사건이면에 존재하는 보다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부의 대학별 취업률공개가 논란이 되고있다. 이참에 아예 전공별, 학과별 취업률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이는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으로 대학서열화에 대한 맹신이 빚어낸 수능부정사건이 발생한 현시점에 도리어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인것이다. 바로 이러한 국면이 허상을 만들어내는 우리사회의 단면이라고 하겠다.

이번 발표는 수능직후 한창 진학을 고민중인 학생들에게 특정대학을 나오면 취업이 잘될 것 이라는 환상을 심어 줄것이다. 통계가 주는 “허상”은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모모대학이라는 한 지붕아래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우월하다는 거짓을 유포한다. 우리는 이번 취업률순위에 들지못한 대학의 ‘착실한 A’가 취업률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한 대학의 ‘놀고먹는 B’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를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별취업률 발표의 명분이 기업과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대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존의 공고한 대학서열을 깨는데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한 신뢰할 수 없는 ‘취업률’과 무의미한 서열화의 재생산- 그 이상은 아닌듯 하다.

이처럼 우리의 어린 학생들은 매스컴에 의해, 가까이는 우리나라 교육의 최고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허상을 세뇌당하고 있는것이다. 학벌구조에 대한 맹신은 근절되어야하며 성실하게 쌓아올린 진짜 ‘실력’만이 인정받는 사회분위기를 진작시켜 나가야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은 진리탐구의 열정을 치열하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런 순수한 이념의 구현만이 ‘내실있는 실력자’를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구적 수단일 뿐인 영어능력향상이 기초학문교육보다 중요시되는 분위기, 대학을 취업의 전단계로만 인식하어 실용적 기술을 연마하기에만 급급한 분위기는 대학이 스스로를 좁은 틀안에 가두는 것이다.

대학은 사회의 정신적 기반이 되는 문학, 역사, 철학 등 기초학문교육의 확충을 통해 기본적인 소양을 키워주어야 하며, 진리탐구의 장으로서 혼탁한 세상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참된이성'을 길러내야 한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양성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갖춘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력을 가장하는 ‘학벌구조’, 실력향상을 위한 ‘과열경쟁’은 경계되어야 하겠지만, 노력의 결실로서의 ‘실력'은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오직 묵묵히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만 그 응분의 보상이 돌아가야 하겠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