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ns_n_roses
1. warm up your ears!

늦은 원고를 오늘은 넘겨야겠다 다짐하고 편집기를 열었다. 윈앰프에선 radiohead의 라이브가 재생되고 있다. 고작 십 수 년 들어온 미천한 경험과 얄팍한 지식으로 이런 소개글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문서작성을 할 때에도, 버스를 탈 때에도, 어둑해져가는 캠퍼스를 혼자 거닐 때에도 그날그날의 기분에 맞는 배경음악을 헤드폰을 통해 전송하지 않으면 허전해하는 이 중독에 힘입어, 몰입의 경험과 그 농도에 대한 자신감에 힘입어 내 거니는 이 세계로 그대들 놀러오지 않겠느냐는 손짓을 시작하려 한다.

그다지 의도하지 않은 바이나 이젠 학교에서 제법 알아보고 기억해주는 이가 많은 나는, 스물여섯 살의 rocker 지망생이다. 그러니까 heavy metal band 드러머다. 아니, modern rock band 베이시스트다. 아니, 기타 레슨을 하고 있다. 아니, midi 프로그래밍과 샘플링을, 아니, 작/편곡 및 프로듀싱을 한다. 아냐, 클래식 동아리 활동중이다. 아니아니, 하려던 말은, 음악에 젖어 살고 있다는 거다. 건방진 이 서두는 그저 그 말을 하려던 것이다. 그게 이 원고의 청탁을 받은 이유다. 이 삶이 꽤 재미있어서 그대에게 추천하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음악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약수에서, 청구에서, 신당에서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을 들려주는 6호선을 타고 등교하면 서관이 들려주는 교가가 1교시를 알린다. 정오엔 녹두밭에 앉지 못한 파랑새가 안암골을 배회하고, 맥주 한잔 하러 들른 술집에선 이승기가 말을 놓겠다고 선언한다. 왠지 모르게 괜히 친숙한 병명인 안암에 걸렸다던 최지우는 천국의 계단을 잘 올랐으려나 몰라.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음악들이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우리 귀를 노리고 달려 들어온다는 얘기다. 당신이 기억하는 노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그런데 나는 지금 뭘 더 추천하겠다고 봉창을 두드리는 것일까. 이쯤에서 이 글의 목적을 밝혀야 한다. 내가 추천하려는 것은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다.

귀에 들어오는 것을 흘려내다가 가끔 착 달라붙어주는 기특한 노래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쭈뼛하게 하거나 탄식을 내뱉게 해줄 노래들을 내 스스로 찾아내고 감상하는 생활을 추천하려는 것이다. 하필 내가 rock 매니아라서 그렇지, 사실 어느 시대 어느 장르의 음악을 찾아 들어도 상관은 없다. 찾아 들음으로 인해 생길 그대 삶의 풍성함이야말로 내가 주고픈 선물이다. 대학생이면 왠지 기형도 시집은 한번 들고 다녀야 할 것 같고, 아버지는 조선일보를 좋아하는 것인지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지 궁금해해보기도 하지 않나. 그런 호기심, 어쩌면 어설픈 허영으로라도 일단 한 발짝 뛰어 건너오시라. 그대 삶이 살찔 것이다. 이건 다이어트 고민이 필요 없는 살이다.

warm up your ears!

-------------------------------------------------------------------------

1. 영국의 현역 국가대표 rock band. 비 내리는 저녁, 강 건너는 버스 안에서 들으면 눈물 젖은 측은한 서울을 만날 수 있다. 소개글이라는 특성에 입각하여 필요하다고(그대들과의 정보 공유를 위해, 또는 외래어 표기상의 난점 극복을 위해) 생각되는 단어들은 ‘굳이’ 영문 표기했음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2. 필자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는 이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꽤나 대단한 사람인양 타인에 의해 소개되는 것이 영 부끄럽기 때문이다.

---------------------------------------------------------------------------


2. stepping into the woods

rock음악을 소개하려면 무엇을, 누구를 가장 먼저 소개해야 할까?
긴 시간 고민을 해도 망설임만 늘 뿐이었다. rock의 역사를, 그 태생을 folk로부터, country로부터, blues로부터 줄줄 꿰어주면 그대는 지금 구하기도 힘든 몇 십 년 전의 앨범들을 찾아 들을 것인가. 소개하겠다고 떠들고 있는 나는 제대로 알고나 있나. 일렉트릭 기타의 특성과 주법을 설명할 것인가. 그러다간 기타 없이 피아노 등으로도 rock음악을 하고 있는 (개인적으로 좋아해 마지않는 tori amos 누나를 비롯해 최근의 keane 등을 포함한)뮤지션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rock음악 입문 역시 교과서적이지는 않았다. 형이 떨구고 나간 deep purple과 led zeppelin 테입을 주워서는 ‘오호라, 이게 그 rock이라는 건가보군.’ 하며 카세트에 꽂았던 것이 삶을 바꿔놓은 거였다.(내 나이 치고는 좀 오래된 클래식부터 시작한 거긴 하지만.) 내가 가진 것 외엔 줄 길이 없다. 그대 역시 그대 주변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곡으로 시작해서 놀이터를 넓혀가면 된다. 현재 그대의 취향과 제일 닮은 음악에서 시작하자. rock은 적응력이 대단한 것인지, 줏대가 없는 것인지, 별거 아닌 쉬운 음악이어선지 다른 음악과의 융화가 상당히 활발하다. 별처럼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처럼 rock이라는 별도 음악이라는 우주의 일부분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종자와 변종(?)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부담 없이 들어오던 팝음악적인 감성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최근 band들인 maroon 5, matchbox 20, the calling, 3 doors down, 솔로가수로 avril lavigne, michelle branch 등을 추천할 수 있겠다. 필자로서는 3 doors down을 듣다가 westlife적인 멜로디와 하모니를 발견하기도 하니 ‘시끄러운’ 음악이어서 rock이 멀다고만 생각하진 않게 될 것이다. nell 등의 국내 밴드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radiohead를 위시한 최근의 영국밴드들 역시 초심자에게 추천하기 좋을 것이다.

   
▲ muse
muse, coldplay, travis, starsailor, keane(이렇게 모아놓으니 같은 영국밴드라도 suede나 oasis 등을 끼워넣기에는 좀 애매해진다.) 등을 내세울 수 있겠는데, 자칫 우울증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한 시간 이상 연달아 듣는 것은 내공을 좀더 쌓은 후로 미뤄두자.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에 좀 익숙하던 이들은 팀 내에 dj가 포진하고 있어 sampling 및 looping을 통한 backing과 scratching을 통한 solo를 들을 수 있거나 힙합리듬을 차용하여 기타를 덧붙인 최근의 주류 rock음악이 익숙할 수 있겠다. 이미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linkin park나 limp bizkit, incubus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 linkin park

------------------------------------------------------------------------


3) kid a나 amnesiac, hail to the thief 등의 앨범을 먼저 들었다가는 부작용이 아닌 반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ok computer, the bends 등을 먼저 감상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4) 특히나 최근의 슈퍼스타인 muse의 경우 신파조의 감성코드로 단시간에 큰 폭의 진동을 일으킬 수 있으니 면도날과 욕조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감상하자.

5) 미안하게도 자꾸 익숙치 않을 표현들이 나오게 되는데, backing은 다른 악기의 solo 연주(대개는 화려한)나 가수의 노래에 대한 반주(이를테면 말이다.)가 되는 연주를 말하는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6)new metal이라던가 post-grunge, rap core, pimp, emo-core 등의 용어가 난무하며 그 각각의 이름이 포함하는 성격들이 아주 제각각이어서 뭐라 한 마디로 정의하지 못함을 이해 바란다. 이를테면 초대형 스타가 된 linkin park는 grunge적인 정서를 계승하였고(특히나 우울하고 슬픈 음악이라는 점에서 emotional과도 연결이 되고), rap도 등장하며, new metal의 특성으로 꼽을 만한 syncopation(당김음. 쿵-짝-쿵-짝 순서대로 안


-------------------------------------------------------------------------


음악 외적인 면이 그 명성에 봉사하는 marilyn manson이나 white zombie(리더 rob zombie의 솔로활동도 포함)도 굳이 끌어놓자면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 놓을 수 있겠다.

   
▲ metallica
또한 그에 못지않은 실력과 개성을 지니고 각각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staind, puddle of mudd, nickelback, disturbed(아이구, 얘넨 너무 시끄러우려나?) 등도 당당히 주류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허나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 글은 수십 장에 걸쳐서 밴드 이름들만 줄줄 나열하는 꼴이 될 것이다. 요지는 그간 들어왔던 음악에서 그다지 멀지 않거나 처음 듣기에 부담 없을 만한 음악들에서부터 시작하는 방법을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이 방식이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다. 클래식음악에 익숙하던 사람에게 baroque metal 추천할 생각은 없다. bach를 좋아한다고 해서 yngwie malmsteen을 듣고 반가워할 거라는 기대를 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metallica의 'enter sandman'을 듣고 단번에 heavy metal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도 꽤 있다. 어떤 이들은 judas priest나 guns n’ roses에서부터 시작해도 된다는 말씀.
   
▲ guns_n_roses

-------------------------------------------------------------------

정감있게 진행되는 리듬의 허를 찌르고 노래의 진행에 대한 속도감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 또는 장난.)도 빈번하고, 동양적인 멜로디까지 등장한다. 심지어는 아이돌 그룹 같은 세련된 편곡과 사운드까지 들려주고 있어 내 개인적으로는 심심풀이용(하찮다는 말은 결코 아니나) 팝이나 댄스를 듣는 기분으로 듣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두루(또는 대략) 갖춘 음악을 한 가지 용어로 정의한다면 incubus는 설 자리를 잃는다. metal이라거나 rap, emo, 심지어는 grunge라는 용어조차도 그들을 설명하긴 힘들지만 분명 그들은 modern하고 hard하며 실력 좋은 dj까지 있다. 게다가 아주 당연히 그들은 ‘주류’로 분류되어야 한다. grunge 냄새가 짙은 puddle of mudd의 경우엔 metal적이기도 하지만 rap이나 dj는 없다. papa roach는 dj가 없고 metal의 질주감과 syncopation 리듬을 가졌으면서 rap이 있고 grunge와는 멀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각 밴드마다 고유의 장르를 지닌다는, 어쩌면 무책임한 명제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2004년의 rock scene은 이렇다.

7) 내 취향이라는 이유만으로 nine inch nails를 초심자에게 추천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어쨌든 marilyn manson이 취향에 맞을 경우엔 nine inch nails도 참고하시라.

8)앞서 소개한 3 doors down이나 the calling을 이 범주에 넣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각 밴드의 음악을 범주화하고 장르를 구분지으려는 노력에 있어서 아주 자의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


서정민 (국문 97)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