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놈을 만난 건 대학 입학식 때였다. 공식적인 행사가 모두 끝나고 선배들과 동기들을 대면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술도 마시고 안주도 먹으며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때 마셨던 술이 바로 ‘막걸리’ 이다.

처음 마셔보는 거라 그 맛이 두렵기도, 궁금하기도 했다. 조심스레 컵을 입에 갖다댔다. 톡 쏘는 게 사이다의 느낌과 비슷했다. 끝 맛은 시큼하고 쌉싸름한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한잔 두잔 술이 들어가니 얼굴도 붉어지고 정신도 오락가락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1차, 2차, 3차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막걸리를 들이 킨 나는 급기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어느 선배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갈 수 있었고, 그 날 나는 과실에서 밤을 보냈다.

술을 처음 접했던 대학 시절, 막걸리만큼은 다른 술과는 달리 그 맛이 달콤했다. 소주처럼 쓰지도, 맥주처럼 배부르지도 않았다. 그 달콤함에 빠져 화장실 가는 것도, 집에 가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엄청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대부분의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 생활에 대해 많은 환상과 기대를 갖게 된다. ‘내 맘대로 행동할 수 있다.’ ‘술 먹고 행패 부려도 용서가 된다.’ ‘이성친구와 마음껏 연애를 할 수 있다.’ ‘공부는 2학년 때부터 하면 된다.’… 물론 줄곧 입시에만 매달려온 한국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는 자유와 끼를 마음껏 누리고 발산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자유와 개성,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를 가르친다. 그러나 대학은 이것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함께 가르친다. 1학년 시절을 줄곧 술과 이성친구, 노는 것에만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뜻과 달리 엉뚱한 과를 배정받는 동기들을 본 적이 있다. 또, 학점문제로 졸업을 못하게 되는 선배들도 흔치 않게 본다. 막걸리의 ‘달콤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을 때 그에 따른 후유증은 엄청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언제나 모범생이었던 나는 대학에 들어와 노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술, 이성친구, 음악, 영화, 당구, 게임 등. 힘들고 괴롭고 귀찮은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그저 내 앞엔 술잔이, 여자친구가, 음악이, 영화가 있을 뿐이었다. 수업, 책, 시험, 공부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오로지 내 눈앞의 쾌락에만 빠져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나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과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과에 배정받게 되었다.

나는 다시 시작했다. 비록 내가 원했던 과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했고, 언론과 영화에 관해서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한 새벽엔 아르바이트로 돈도 열심히 모았다. 그래서 올 3월부터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과의 수업을 전공과 병행하여 들을 수 있게 되었고, 학교 신문기자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영화공부를 바탕으로 영화 평론도 쓸 수 있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내 힘으로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막걸리와 파전보다는 맥주와 고급안주를 선호한다고 한다. 막걸리든, 맥주든 한낱 물거품일 뿐이다. 한 번 마시고 나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는…. 대학 1학년을 물거품처럼 보내지 마라. 20대의 소중한 첫 해를 의미 없이 보내지 마라.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에는 항상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 다는 것을 명심하자. 나 자신의 인생과 사회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자. 그리고 내 꿈과 미래를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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