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urt cobain
3. finding paths

웬만큼 노력을 했는데 영 귀에 맞지 않는다면 포기해도 좋다. 취향이란 가지각색이어서 어떤 이에게는 최고의 음악이 어떤 이에게는 소음일 뿐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난 rock은 영~’하며 살아도 평생 괴로울 일 없다. 누가 무식하다고 안 한다. 개인적으로는 21세기 초반의 교양인에게 kurt cobain 정도는 상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가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서 취직 못할 일은 없다.(음악잡지사에 원서 넣은 게 아니라면.) 굳이 좋지도 않은 이 글 펼쳐놓고 괴로워하며 음악 듣지 말고 좋은 jazz 곡 찾아 듣는 게 그대의 문화생활을 위해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앞서 추천한 정도의 노력을 하여 맘에 드는 뮤지션을 찾았을 경우에만 이후의 노력에 대한 추천이 유효할 것이다.

일어섰으면 이제 걸음마를 해야 한다. 처음엔 서는 것만도 기특해서 엄마아빠가 손을 잡아주겠지만, 결국은 내 힘으로 걸을 줄 알아야 한다. 주변에 rock 음악 좋아하는 친구는 한둘 이상 있게 마련이다. 좋은 거 추천해달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친구가 내 취향을 귀신같이 알아다가 좋아할 만한 것만 콕콕 집어주지는 못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천할 뿐이다. 똑같이 metallica와 red hot chili peppers를 좋아하는 두 친구가 megadeth에 대한 견해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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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있게 진행되는 리듬의 허를 찌르고 노래의 진행에 대한 속도감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 또는 장난.)도 빈번하고, 동양적인 멜로디까지 등장한다. 심지어는 아이돌 그룹 같은 세련된 편곡과 사운드까지 들려주고 있어 내 개인적으로는 심심풀이용(하찮다는 말은 결코 아니나) 팝이나 댄스를 듣는 기분으로 듣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두루(또는 대략) 갖춘 음악을 한 가지 용어로 정의한다면 incubus는 설 자리를 잃는다. metal이라거나 rap, emo, 심지어는 grunge라는 용어조차도 그들을 설명하긴 힘들지만 분명 그들은 modern하고 hard하며 실력 좋은 dj까지 있다. 게다가 아주 당연히 그들은 ‘주류’로 분류되어야 한다. grunge 냄새가 짙은 puddle of mudd의 경우엔 metal적이기도 하지만 rap이나 dj는 없다. papa roach는 dj가 없고 metal의 질주감과 syncopation 리듬을 가졌으면서 rap이 있고 grunge와는 멀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각 밴드마다 고유의 장르를 지닌다는, 어쩌면 무책임한 명제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2004년의 rock scene은 이렇다.

7) 내 취향이라는 이유만으로 nine inch nails를 초심자에게 추천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어쨌든 marilyn manson이 취향에 맞을 경우엔 nine inch nails도 참고하시라.

8) 앞서 소개한 3 doors down이나 the calling을 이 범주에 넣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각 밴드의 음악을 범주화하고 장르를 구분지으려는 노력에 있어서 아주 자의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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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각자가 음악을 들으며 ‘좋다’라고 느끼는 부분은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멜로디에 귀 기울이는 사람, 연주에 귀 기울이는 사람, 음향에, 음질에 귀 기울이는 사람, 분위기나 가사에 심취하는 사람, 보컬의 목소리에, 또는 얼굴 생김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등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dream theater의 완벽한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nirvana를 좋아할 수 있고, impellitteri의 연주는 되레 싫어할 수도 있다. 타인의 취향에 의존하지 말자.

애호가가 된다는 것은 ‘정보력’을 필수요소로 한다. 찾을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듣고 좋게 느낀 음악이 있을 때 그 시작점에서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어떻게 알아낼까? 요즘같이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는 어렵지 않다. 음반을 사자. 음반시장이 어렵다는데 라이센스반을 사자. 앞서 소개한 정도의 유명한 팀들의 라이센스반에는 보통 부클릿에 또는 부클릿과 함께 국내 평론가들의 소개글이 실려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해당 뮤지션에 대한 다양한 음악 내/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영향을 받거나 준 뮤지션들의 이름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시야를 확대할 수 있다. grunge 뮤지션의 소개글에 실린 이름들은 보통 grunge 뮤지션들이지만, 모두 똑같은 음악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nirvana 소개글을 읽다가 alice in chains를 소개받을 수 있고, alice in chains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black sabbath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black sabbath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pantera를 접하기도 하고, 거기서 deftones, tool을 거쳐 pink floyd로 건너갈 수도 있다.

이러한 매번의 도약이 다 성공적이기는 힘들 것이다. deep purple이 좋아서 찾아나섰다가 led zeppelin cd를 산 돈이 아까워질 수도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할까. 단순하다. 다시 deep purple로 돌아가 다른 문으로 나가면 된다. 이 미로는 막힌 골목도 많지만 나가는 문도 수없이 많다. 내 취향의 미로에서 led zeppelin 골목이 막혀있으면 돌아가서 dio 문을 열어보면 된다.(한 바퀴 돌아 led zeppelin 골목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문이 다시 활짝 열려있을 수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그대의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수집한 음악들에 대한 정보들이 종합되고 구획된다.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소개할 수도 있게 되고 기타연주에 관한 논평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모두가 평론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자기 기준이 생긴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또한 매우 기쁜 일이다.

이 기쁨을 가지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www.allmusic.com을 우선 추천한다. www.rollingstone.com, www.mtv.com, 그리고 www.hyangmusic.com 미리 알려둘 게 있다면, 실린 모든 정보들이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보도 결국 취합 능력이 있는 이에게만 유의미하다. 정보 제공자의 주관도, 고집도, 오류도 어디에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결국은 자신의 노력과 판단을 잠재우지 말 일이다.을 위시한 국내 음반점 홈페이지에서도 다양한 소개글과 음반 정보, 음반평 및 단신과 인터뷰를 포함한 기사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good luck to you.


부디 필자의 이 미약한 노력이 그대들 중 누군가에게라도 유효한 길안내가 될 수 있다면 감히 그 보람을 발판삼아 더욱 높은 곳에서 멀리 보고, 더 좋은 길 알리며 빠지기 쉬운 진창은 피하도록 돕겠다는 다짐을 밝힌다. 음악과 함께 살면서 가지게 될 많은 물음들에 나름대로 답해본 바 있는 어설픈 선배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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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려둘 게 있다면, 실린 모든 정보들이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보도 결국 취합 능력이 있는 이에게만 유의미하다. 정보 제공자의 주관도, 고집도, 오류도 어디에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결국은 자신의 노력과 판단을 잠재우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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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물론 실어줄 이들이 다음 글을 흔쾌히 받아줄 때의 얘기다. 마지막 문장까지 함께해준 그대에게 미리 감사하며, 그대 삶의 풍성함을 기원하며 일단은 짧을지 길지 모를 작별과 그간의 안녕을 고한다.

서정민 (국문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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