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과 앙리의 드리블과 골 결정력을 두루 갖춘 최고의 선수가 되어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고 싶다. ”
 
 카트라이더를 좋아 하는 얼굴에 여드름 가득한 20살의 새해 포부 치고는 너무도 원대해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계에서 주목하는 한국의 슈퍼스타인 그의 말이기에 결코 불가능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 안암골에서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정글로 뛰어 들어간 한국의 축구 천재 박주영. 고대생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어버린 그와의 진솔한 대화를 지금부터 시작해 본다.


- 진솔한 청년 박주영-

.(웃음)
▲어린나이에 엄청난 슈퍼스타가 되어있다. 그로 인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사실 놀랍기는 하다. 하지만 크게 부담되지는 않고, 신경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 나는 축구 선수이므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프로와 대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고등학교 때는 프로행을 고민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보고 싶었고 프로에서의 2군보다는 대학에서 많은 경기를 뛰며 실력을 쌓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대학의 결정에서 연대와 고대 사이에서 많이 갈등했다. 은사님이 연대 출신이어서 연대를 가려고도 생각했지만 고심 끝에 고대를 선택했다.

▲대학에 입학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수업도 들어보고 싶었고, 일반 대학생들처럼 MT도 가보고 싶었고 친구들과 미팅도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다.

▲여자친구가 있는가. (없다면 이상형은.)
아직 없다. 일정이 워낙 바쁜 관계로 여자친구를 만날 시간적 여유가 올해는 없었다. 이상형은 착하고 순해 보이는 여자가 나의 이상형이다.

▲ 길을 가다가 첫눈에 반하는 이성을 만난다면.
나는 성격이 소심해서 말을 붙이지를 못한다. 아마 좋아한다고 해도 말 한마디 못해보고 졸업할 지도 모르겠다.(웃음) 원래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버벅되는 성격인데다 내성적이라 사람들과도 빨리 친해지는 편이 아니다.


- 축구 천재 박주영 -
▲최근 인기가 많아지면서 스타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
특별히 스타일이 없다. 다만 너무 불편한 옷은 싫어하고 편한 옷을 좋아한다. 굳이 스타일을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스포티한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할까.
(실제로 인터뷰 복장도 운동복 차림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랑을 해 보자면 .
(쑥스러워하며)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내 얼굴에서 자신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대표팀 동료 김승용이 리마리오 세레머니로 스타가 되었다.
(손을 휘 저으며....) 절대로 없다. 춤을 잘 추지도 못한다.  앞으로도 기도 세레머니를 고집할 생각이다.


- 축구 천재 박주영 -

▲골을 넣는 순간에 상당히 침착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 비결이 있다면 ?
잘 모르겠다. 평소에도 침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는 않는다. 성격이 좀 내성적이지만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장난도 많이 치고 많이 떠드는 편이다. 아마 시합을 할 때는 편하게 임하려고 노력하고 즐기면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능플레이어로 평가받는데,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포지션은 .
어떤 포지션이든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에 있던지 많이 움직이는 선수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의 계보처럼 인식되어온 스트라이커는 이제 살아남기 힘들다. 현대 축구는 많이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런 선수가 돼야 할 것이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내 축구인생은 매우 순탄했던 것 같다.  지금도 부모님은 축구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선택한 길인만큼 후회는 없다. 설령 힘들어도 할 수 없다.


- 고려대학교 04학번 박주영 -
▲본인이 프로에 뛰어든다면 뛰고 싶은 나라와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꿈꾸고 있다. 한 단계 빠른 템포의 축구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1부 리그의 최하위 팀이라도 좋으니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 (강한 어조로..) 설령 후보로 뛰더라도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빅 리그를 향해 도전하겠다.

▲최근 국가대표 합류 문제로 팬들의 관심이 뜨거운데.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다만 기회가 오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독일 월드컵은 꼭 한번 뛰어보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다. 본프레레 감독님의 축구스타일은 강하고 많이 뛰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축구를 그만둔 다음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의 꿈은 축구 선교사이다. 어린 꿈나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은퇴한 이후에도 축구만을 위해서 살고 싶다.


- 고려대학교 04학번 박주영 -

(살며시 웃으며)
▲신입생으로서 작년에 정기 고연전을 치루었고 골까지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기 고 연전을 뛰어본 소감을 고대생 박주영 으로서 한마디 해 달라 .
사실 정기고연전의 의미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작년 정기 고연전 당시 다음날 청소년 대표 경기가 있어서 왜 그 경기를 뛰라고 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래서 한 경기 가볍게 뛴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그런데 정기 고연전을 뛰어보고서야 그 의미를 깨달았다. 입장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작년 정기 고 연전에서는 아주 역동적인 골 세레머니를 선보였는데 .
(웃으면서...)작년 그맘때는 정신이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흥분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역동적인 세레머니가 나온 것을 보니 나 역시 고대생인 모양이다.

▲ 고대생이 되기 위한 필수 의식 사발식은 했는가.

못했다.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고 사발식이 있을 때마다 고묘히 일정이 틀어졌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출석부에 박주영의 이름이 있던데.
(살며시 웃으며) 지금까지 수업에 거의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딱 1번 들어가 봤다. 아직 학점도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박주영 선수를 사랑하는 고대생들에게 한마디.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도 고대에 입학했고, 같은 고대 생이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그 마음이 서로 통했으면 좋겠다. 공부를 하던, 운동을 하던 우리는 고대라는 한울타리에서 생활하는 똑같은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졸업을 하거나 프로로 이적을 한 후에도 그런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본 인터뷰기사를 쓰면서 아쉬움과 기쁨의 두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 느껴진다. 더 이상 고대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무대로 비상(飛上) 하는 박주영의 모습에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기쁘다. 비록 그와 고대라는 하나의 틀에서 생활한 시간은 짧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더 나아가서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고려대학교의 자긍심을 세계에 떨쳐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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