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년 11월 25일은 조선 중기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이 태어난 날이다. 1965년의 11월 25일에는 콩고에서 모부투 장군이 무혈쿠데타를 일으켜 카사부부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4년 후인 1969년 같은 날, 호주에서는 메뚜기 떼의 공격으로 8000 평방미터에 이르는 광범위한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아침 뉴스 끄트머리 또는 신문의 한 쪽 귀퉁이에서 심심찮게 ‘오늘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겨져 전해내려 올 수 있었고, 후세 사람들은 언제든지 그 것을 들춰봄으로써 선조의 발자취를 돌이켜 볼 수 있게 됐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해 두는 것을 중요시했고, 우리는 기록으로 존재하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재평가하고 반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변화의 주기가 빨라졌다. 또, 매체가 발달로 삭제기능이 편리해져서 아무리 중요한 정보도 손쉽게 지울 수 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록이 쉽게 사라지듯, 시대가 만들어 낸 속도감에 휩쓸린 현대인들은 잊고 싶은 일들을 Delete키와 함께 쉽게 기억에서 지우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잔인하고 슬픈 일들은 금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며칠만 지나면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종이 신문이나 수동 카메라와 같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매체를 찾고 있다. 바삐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오늘 일들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 기록은 세월이 흐른 후 우리에게 과거를 환기시켜 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인들은 어딘가에 반드시 오늘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며, 그 흔적들은 언젠가 그들에게 그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2002년 11월 25일.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훗날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오늘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당신의 일기장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그리고 11월 26일자 신문이 오늘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지는 당신에게 남겨진 몫이다.

양은희 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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