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敎育)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가르쳐(敎)서 기른(育)다’라는 말이다. 문제는 ‘무엇을 가르쳐 어떻게 기르느냐’라는 교육내용과 방법, 교육목적에 관련되는 가치평가의 작업이 따라야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은 단순히 기술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형태의 가치중립적 성격만이 아니고 보다 착하고 유능한 인격자로 키우는 것이 그 본질이다. 그리하여 가령 절도행위기술이나 사기술법을 가르치는 것까지도 교육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는 실제로 이러한 비교육적인 목적과 방법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교육의 명(明)과 암(暗)이 공존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사례는 지난 10월 22일 방북일정 가운데서 북한이 자랑하는 <창광유치원>을 견학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아담한 건물의 운동장에서는 손님맞이를 위해 유치원생들이 여선생과 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마중나온 여성원장의 안내로 처음 들어간 교실에서는 풍금반주에 따라 꼬마들이 빼곡이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교사가 풍금으로 어느 음반을 누르면 꼬마가 음계명을 즉석으로 알아 맞추는 수업이었다.

두번째 교실에는 이른바 김정일의 출생지라고 성지화되고 있는 ‘백두산 밀영’을 모조품으로 전시해 놓고 한 사람씩 나와 설명하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원수님 어린시절 이야기’라는 교과목의 수업풍경이었다. 꼬마들의 유창한 언어와 표현 그리고 몸짓은 순진한 유치원생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였다.

또한 학예회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노래와 춤 그리고 악기연주는 뛰어났으나 어린이 답지않은 얼굴표정과 태도는 안쓰러운 느낌을 갖게했다.

창광 유치원은 외국의 손님들에게 북한교육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최고시설을 갖춘 견학코스답게 놀이기구나 각종 야생동물들의 박제품 전시실, 실내 수영장, 실내 놀이시설, 취침실, 식당등을 잘 갖추고 있었으나 「김정일 원수님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을 화려하게 갖추고 있을 뿐만아니라 오로지 김일성 부자의 신격화에 교육의 중심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데 교육의 어두움이 있었다. 복도의 벽면에는 김정일을 지칭하는 뜻의 ‘백두광명성은 미래 조선의 대통령’ 이라는 글을 새겨 어린이들에게 북한중심의 통일관을 의식화시키고 있었다.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표자라고 불리는 월슨(Watson, J.B)은 그의 교수학습론에서 ‘나에게 12명의 건강한 아이들과 정비된 교육환경을 갖춰 준다면 그들을 의사, 변호사, 예술가, 대통령으로부터 거지, 도둑놈까지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은 그들이 지닌 재능이나 취미 소질 또는 인종과도 관계없이 가능하다’라고 말해 일종의 교육만능설을 주장하였다. 물론 마우어(Mower)같은 학자는 월슨의 이러한 교육관을 ‘진공생활체(眞空生活體)’라는 말로 비판하고 있으나 오늘날 북한의 학교교육은 월슨의 교육만능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실제로, 1950년대 철옹성같은 공산주의 소련체제와 동구 공산권 국가들이 한여름날에 눈녹듯이 사라져 갔을 때도 북한만은 유일하게 생존하게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것을 북한에서는 “우리는 다른 나라의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수령(김일성) 복’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라는 글로 선전을 하였으나 체제붕괴를 막은 버팀목은 김일성, 김정일의 덕치(복)이 아니라 바로 유치원의 교육에서부터 철저하게 도그마적 가치관 주입을 통한 몰개성화와 비인격적인 교육에서 생겨난 힘의 결과였던 것이다.
여기에다 거미줄처럼 연결시켜 놓은 주민 상호감시 체계가 정권붕괴를 저지하는 기틀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북한은 국방비 다음으로 교육비에 국력을 쏟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기밀 문서 못지않게 학교각급 교과서의 대외유출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특히 특정 이데올로기와 결합되면 얼마나 교육본래의 목적과 괴리를 만드는가, 그리고 개개인과 집단을 얼마나 몰개성적이고 비인간화시킬 수 있는가, 심지어 인간을 동물적 수준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는가를 북한의 창광유치원을 방문하고 확인하면서 현장의 짙은 그림자가 통일 이후에는 어떠한 잔영으로 통일조국에 나타날까를 생각하게 하였다. 

김동규 (인문대 교수, 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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