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에 강아지도 맥을 못 추고 자동차 그늘에 몸을 맡기는 무더운 여름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30평 남짓한 실내강당 속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흥겨운 민속장단에 맞춰 탈춤을 춘다. 바로 이곳이 춤의 고장 경남 고성군 ‘오광대 전수관’이다. 뱅뱅 돌아가는 선풍기 몇 대에선 연신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는 이들에게 있어 무더위의 짜증스러움이란 찾아 볼 수 없다.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의 진지한 모습과 열정에 더위 따위는 멀찌감치 도망가 버린 듯 하다. 

▲ “더워도 괜찮아”: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선 아름다운 땀과 웃음이 피어났다.

▲ “내가 이쁘게 매줄게”: 공연을 시작하기 전, 백의 저고리 고름을 고쳐주는 선배의 따뜻한 후배사랑.


“춤사위 하나하나 속에서 우리 전통과 내가 하나 됨을 느낀다”

고성오광대(固城五廣大)놀이는 양반과 파계승에 대한 풍자, 그리고 처첩 간의 문제 등 조선 후기 민중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말뚝이의 양반에 대한 조롱이 매우 신랄하다. 문둥이춤 · 오광대춤 · 비비춤 · 중춤 · 제밀주춤의 5과장으로 구성된 고성오광대에는 말뚝이, 양반 등 총 19개의 각각 다르고 우스꽝스러운 탈이 등장해 놀이에 흥을 보태준다. 또한 춤사위가 섬세하고 여성스러우며 느린 장단에 우아하게 춤사위가 이루어져 남도지역의 대표적인 탈춤이라 할만하다.

고성오광대 전수체험에 참여한 조정윤(상명대 국어교육06)씨는 “학회행사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배우다 보니 너무 재밌다”며 “오광대 놀이의 춤사위는 틀에 박힌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 출수록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 “부채들고 사뿐사뿐”: 공연을 하루 남기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역할을 점검하는 학생의 얼굴에서 진지함이 묻어난다.

▲ "파계승의 춤사위" : 승무 과장에는 속세의 연정에 이끌려 기생의 유혹에 빠지는 파계승이 등장한다. 파계승의 탈을 쓴 학생이 공연하는 모습. 고성 오광대의 승무 과장은 대사가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일주일 간의 맹훈련을 마치고 이제 오광대를 전수해주신 어르신들께 그간 연습한 오광대를 선보일 시간. 성공적인 공연을 기원하는 고사를 치른 후,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분장으로 무대 뒤는 분주해진다. 서로의 옷고름을 고쳐 매주고, 공연소품을 챙기며 지난 연습기간 동안 흘렸던 땀과 우정을 회상해본다.       

연일 쉬지 않고 계속되던 학생들의 오광대놀이 연습 때마다 지친 열심히 장구를 치시던 전수 도우미 할아버지는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시다. “삼십년 째 장구를 치지만서도 공연 때마다 긴장되고 그려”하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시던 할아버지. 하지만 막상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장구연주에 들어가자 긴장은 커녕 장인의 비장한 모습만이 보인다.

▲ “덩 덕덕 쿵덕”: 공연에는 배우 이외에도 많은 도우미가 있다. 고성오광대 전수도우미 중 한분이 공연중 장구연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공연시작이다.
다함께 불러보자.

"이놈, 말뚝~ "

▲ “아이구 흥겹구나”: 신나게 춤판을 벌이는 말뚝이의 흥겨운 몸짓이 빛을 발한다.
▲ “이 양반이 어디갔나”: 남편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놀아난 줄도 모르고, 집에서 얼레질만 하고 있는 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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