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가을하늘이 높아지면서 캠퍼스로 들어오는 길목마다 크림슨색 플랭카드 걸려 고연전을 알린다. 지난해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땀을 흘렸던 운동부원들, 뙤약볕 아래서 힘찬 몸짓을 연마한 응원단원,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한 교직원과 총학생회. 고대인이 하나가 돼 연세대와의 우정을 다지는 행사에는 드러나지 않은 고대인의 수고와 노력이 베어있다.

일제시절 조선 청년의 기상을 보여주기 위해 1929년 처음 시작된 이래, 정기 고연전은 양교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최대 규모의 행사이자 축제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고연전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숫자와 열기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각종 프로스포츠와 놀이산업의 활성화로 경기로서 고연전의 수준이나 축제로서의 흥미가 반감된 것이 한 이유이다. 또한, 대학의 국제화로 세계의 명문대학을 인근 대학처럼 여기는 시기에 학생들사이에선 경쟁 대학으로서의 긴장감이 옅어졌다. 매번 고연전의 전후에 제기되는 학벌주의와 경기장과 술자리 뒷풀이에서 벌어진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고연전은 재학생만의 축제가 아니라 양교의 졸업생과 모든 대학 구성원, 그 가족들이 함께하는 축제이다. 이러한 고연전을 무관심으로 회피하는 것은 고대인의 작은 의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이번 고연전에 함께 참여하면서 학생들은 대학인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 양교의 친선을 다지는 시간에 지나친 비방과 야유, 비뚤어진 경쟁의식이 있어서는 안된다. 고연전은 양교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도 지켜본다. 저질스런 행동은 그 자리에 함께 하는 다른 고대인들을 실망시킨다.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 품위있는 뒷모습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