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이언’의 자유게시판 ‘비밀의 화원’에 하루 평균 올라오는 글은 3000여개, ‘성대사랑’ 자유게시판에 새 글이 올라오는 간격은 1분. 이곳에는 매일 수업이나 학사정보 관련 질문부터 연애, 미팅, 취업, 이성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이처럼 대학 자유게시판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게시판에서 오프라인으로는 어려운 학내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게시판은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열띤 토론과 여론 형성의 장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학생들은 자유게시판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다. 명자운(성균관대 법학05)씨는 “수강신청 기간에 성대사랑에 질문을 올려 수강할 과목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며 “교수님이 올린 강의계획서보다 실제로 수업을 들어본 학생들의 답글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성을 악용해 게시판에 대학·학과 간 서열을 매기는 글로 도배되고 그로 인한 분쟁이 자주 일어났다. 또 필명을 도용하거나 게시된 글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 논란을 일으켜 글 작성자가 인신공격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요즘 대학 자유게시판은 학내 구성원들만 참여하도록 외부인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스누라이프’는 포털 싸이트에서 학내 구성원임을 인증 받아야 하고, ‘이화이언’은 인증받은 사람에게만 비밀단어를 게시해 그것을 입력한 사람만 입장 가능하다.

‘연세정보공유(이하 연정공)’ 자유게시판에 입장하려면 마스터가 포털에서 학번을 확인한 후 정회원으로 승인해야 한다. ‘이화이언’ 운영자 조경지(이화여대 국어국문03)씨는 “인증제로 바뀐 뒤 게시판 분위기가 눈에 띄게 평안해지고 이화인만 허용한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용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외부인을 차단했지만 아직도 자유게시판에는 특정 개인을 비방하는 글, 심한 욕설이 담긴 인신공격성의 글, 음란물이나 상업성의 광고·매매 글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자유게시판은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하는 곳이라며 담을 높이기보다는 누리꾼들의 성숙한 의식을 바탕으로 자정능력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태환(공과대 재료공학01)씨는 “자유게시판에 특정 개인의 실명공개나 인신공격성 글을 게재할 경우 누리꾼들이 시정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며 “자정능력의 향상으로 게시판 문화가 점차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 자유게시판에는 자칭 ‘죽순이/죽돌이’, ‘폐인’들이 많다. 이들은 게시판 글을 구경하는 ‘눈팅’과 새글에 답글을 달며 대화하는 ‘실시간 리플’로 밤을 새기도 한다. 원유태(컴퓨터학과 99학번)씨는 이렇게 온라인 게시판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로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큰 이슈가 있을 경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과나 동아리에 국한되는 반면 게시판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견을 표출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유게시판에서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대학 소통의 장으로서의 자유게시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자유게시판은 인신공격성의 글이나 여론몰이의 분위기로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 학생들의 성숙한 의식과 함께 극복해 나간다면 자유게시판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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