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갈등을 봉합한 채 외교적 수사로 마무리 되었다. 북핵을 둘러싼 한미관계 우려와 전시작전통제권을 둘러싼 국내의 극단적인 의견충돌, 일방적인 FTA협상 진행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많은 국민들은 기대했지만 이에 못미쳤다.

부시 대통령은 작전권 문제에 대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삼으면 안 된다는 말로 환수를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은 한껏 생색을 내면서 한국 정부가 듣고 싶던 발언을 건냈고, 이제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른 미군 재배치와 최첨단 무기를 대량수출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또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을 합의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자신도 "매우 복잡하다"고 답할 정도로 그 실체가 불문명하다. 양국이 동맹관계라는 점과 6자회담 틀 내의 북핵문제를 해결을 재확인한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된다. 이로써 한국정부는 북한을 6자회담에 오도록 설득해야 하지만, 미국의 협조가 없는 상태에는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결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일부 식자들은 열강들의 아귀다툼에 끼였던 구한말 시기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미 알려진 양국 정상간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면 그것은 성공의 시작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덮어두기만 했을 뿐, 양국의 교착 관계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방적인 선전과 자의적인 해석을 거듭하는 현 정부의 행태는 이번 정상회담을 설명하는 데도 반복됐다. 정권은 짧지만 그 휴유증은 한국의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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