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코웨이 개발이 만든 서울여대 '룰루존'에는 북카페, PC룸, 파우더룸 등이 있다.
공짜 아닌 공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캠퍼스 공략 마케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등교길에 나눠주는 음료수나 화장품, 캠퍼스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 놀이공원의 개강·종강파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마케팅의 양상도 캠퍼스 직접 판매부터 브랜드 홍보까지 대학이 마케팅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요즘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마케팅을 병행한다.

각종 기업이 이렇게 캠퍼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대학이라는 공간과 그 구성원인 대학생집단의 특성 때문이다. 이장혁(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생은 잠재력이 높은 소비계층”이라며 “캠퍼스마케팅은 미래의 고객을 선점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생 시절에 형성되는 자기 기호와 브랜드 이미지는 평생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한국대학신문과 효성, 포스코 등 대기업이 후원해 설치한 인키(inki).
하이트는 MT가는 대학 과반과 동아리에 왕복 버스를 제공하고 가는 길에 제조공장에 들러 맥주 만드는 과정을 탐방하도록 하고 있다. 견학로에서는 당일 만든 맥주 시음기회를 제공하고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한다. 하이트 마케팅 담당 김범수 씨는 “대학생 시절은 평생 마실 맥주를 결정하는 시기”라며 “음주 문화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대학생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밀집성도 주목받는 이유다. 1만~2만 명의 학생들이 밀집한 대학은 상대적으로 다른 장소보다 비용대비 마케팅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월)부터 경북대, 전북대, 부산대 등에서 컬러프린터 홍보를 하고 있다. 프린터 출력량이 특히 많은 중간고사 준비기간을 노려 최대 30장까지 무료로 출력하는 기회도 준다.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 김순희 씨는 “출력 소비가 많은 대학생이 타겟이다”며 “현장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은 구전(口傳)을 통한 빠른 전파력을 캠퍼스 마케팅의 매력으로 꼽았다. 대학생은 그들 사이에서 형성된 공감대는 파급효과가 크고 브랜드 인지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지난 8월 28일 하나은행의 기부금이 보태져 하나스퀘어가 준공됐다.
본교 하나스퀘어, 백주년기념삼성관, LG-POSCO경영관과 같이 기업 기부금으로 지어진 건물도 이러한 캠퍼스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은행 고대지점 임종재 지점장은 하나스퀘어 준공이 가져오는 효과를 묻는 말에 “하나은행의 이미지를 제고해 미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이외에도 축제 때 협찬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캠퍼스 마케팅을 하고 있다. 본교 총학생회는 지난 고연제 때 기업으로부터 주류와 모자 등 행사에 필요한 물품과 행사비를 지원받았다.

문한샘(문과대 철학04)씨는 “총학생회에서 지원 받은 소주 5박스가 과반행사에 도움이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웅진코웨이는 서울여대 도서관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고 휴게공간 ‘룰루관’을 만들었다. 서울여대생 이 모 씨는 “룰루관의 북카페에서 그룹 스터디를 할 수 있어 학생들이 애용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마케팅에 이렇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총학생회 사무국장 조영관(정경대 정외02) 씨는 “총학생회가 주최하고 기업이 후원하던 체제가 기업 주최 총학생회 후원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캠퍼스 마케팅으로 인해 대학문화가 상업화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씨는 “열기구나 트램벌린과 같은 저렴한 아이템으로 행사를 기획하면 기업 마케팅이나 스폰 없이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대학생 스스로의 컨텐츠로 채워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교 총학생회는 지난 고연제 기간동안 이전의 자본으로 열기구와 트램벌린 등의 행사를 기획했다.

▲ 놀이공원에서는 개강을 맞아 대학생들에게 할인 이벤트를 했다.

또 대기업에만 치우친 캠퍼스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규모가 큰 기업위주로 캠퍼스 마케팅을 장악하다보니 주로 주류나 음료회사의 마케팅에 치우치거나 품목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장혁 교수는 “캠퍼스마케팅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도 그 기회를 줘야한다”고 제안했다.

기업들의 대학생 구매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중이다. 그리고 봇물처럼 쏟아지는 캠퍼스마케팅 속에서 대학생들은 또다른 소비자가 될 뿐이다.

(사진 신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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