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해로 560돌을 맞은 한글날이다. 우리말이 없던 시절 한자로 우리말을 대신 적고,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던 어두운 역사를 지나 한글이라는 빛을 만난 역사적인 날인 것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말’,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도 6세기가 지난 지금, 한글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한글은 오랫동안 무시받아 왔다. 훈민정음 창제 시 한글은 언문으로 불렀으며 여자들이 쓰는 말이라 하여 암클로 부르기도 하였다. ‘한글’이라는 말도 일제치하, 국어(國語)가 일본어였던 시대에 국어라는 말 대신 한글학자들이 한글을 일컫기 위해 만든 말이다.

‘국어’의 지위를 회복한 지금도 한글은 여전히 실질적으로는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거리의 간판에서 한글을 찾기가 힘들고, 청소년들은 한글을 ‘외계어’로 변모시켜 사이버 공간에서 소통하고 있다. 심지어 한글은 몰라도 영어는 알아야 한다며 조기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 사람의 비율은 38%, ‘선진사회의 복잡한 일상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서독해 수준을 갖춘’ 사람은 21.9%, ‘첨단정보와 새로운 기술, 직업에 자유자재로 적응할 수 있는 고도의 문서독해 능력을 지닌’ 사람은 2.4%로 집계됐다. 전체 국민의 4명 중 1명이 한글을 알면서도 한글로 된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까막눈’인 것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글이 모국어라고 한다. 지난 1990년 기념일로 격하됐던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로 복권된 오늘, 한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전에 모국어를 대하는 태도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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