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여성주의는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자연과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억압받는 여성을 동일한 맥락으로 보고 이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의식에서 출발한 패러다임이다. 이는 여성의 문제에서 생태 문제까지 시각의 폭을 넓혀 모든 생명체가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환경운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기존 여성주의와 차별성을 띈다.

생태여성주의는 기존 여성주의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에 반해 남성과 여성은 물론 인간과 자연도 동등한 존재로 봄으로써 위계 관계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한면희 서강대 생명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전의 여성주의는 여성을 남성과 같은 지위에 올릴 수는 있지만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구조는 해결할 수 없었다.”며,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주의 시각을 생태로 확대시킴으로써 기존 여성주의에서 드러난 한계까지 극복한다.”고 말한다.

또, 생태여성주의는 모든 생명체를 인간과 공존하는 대상으로 바라봄으로써 인식의 틀을 확대시켰다. 손덕수(前 대구효성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부장 사회는 차이를 차별로 둔갑시키고 있다. 여성이 억압받는 이유도 남녀의 차이를 차별로 확대 해석했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생태여성주의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가 가져다 주는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중요시한다.”라고 말한다. 명진숙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도 “생태여성주의는 이원론적 사고의 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한다. 이원론적 사고란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 문명과 원시 등 모든 현상을 서로 대립적이고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고 파악하는 것으로 생태여성주의는 이들이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생태여성주의는 근대 과학이 초래한 생태의 위기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관심은 적극적인 환경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예로 인도의 칩코운동(나무 껴안기), 케냐의 그린벨트 운동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 여성들이 주체로 펼친 대표적 환경 운동으로는 1994년 우장산 살리기 운동이 있다. 김정희 이화여대 여성연구소 연구교수는 “과학의 발전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기 힘들다.”며, “근대 과학이 봉착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여성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생태여성주의가 남성을 배타적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욱동(서강대 영미어문과) 교수는 『미국학논집』 중 「에코페미니즘과 생태중심주의 세계관」에서 ‘생태여성주의는 남성의 여성 지배와 인간의 자연 지배의 연관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생태 위기는 어디까지나 남성중심주의 사고가 아니라 인간중심주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갑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소장은 “서구의 일부 생태여성주의자들은 인간의 ‘영성(靈性)’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회 속에서 여성이 직면한 위기를 등한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생태여성주의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지향한다. 그러나 『페미니즘, 어제와 오늘』(「민음사」, 2000)에서 이귀우(서울여대 영문과) 교수가 ‘생태여성주의는 각 지역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풀뿌리 시민 운동에 의해 정치적 행동으로 연결돼야 한다.’라고 지적하듯, 생태여성주의가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 없이 대상 사이의 관계만 재정의 한다면 이는 공허한 이론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생태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계급, 인종, 국적, 나이, 종교 등에서 드러나는 지배 논리까지 바라보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면희 교수의 말처럼 생태여성주의가 그 어떠한 요소에서도 차별성을 두지 않을 때, 인간과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는 세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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