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忍과 견딜 耐, 고시를 대비하는 학생의 책상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이다. 너무나도 우리에게 자주 강요되는 주문이자 스스로의 다짐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중요성은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어느새 忍耐는 당연한 것이라 여겨져 忍耐로 버티지 못하면 주위로부터 비난받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게 된다. 또, 이처럼 忍耐心이 없는 것은 어릴 적부터 편하게만 살아와서 어려움을 참지 못하는 것이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모두 가정에서 외동자식으로, 혹은 귀한 자식으로 크면서 어려운 줄을 모르고 부모의 편애를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라는 질책도 받게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 견디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어떠한 시련이나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면 자기 스스로 원하는 결과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어려움 후에 찾아오는 환희와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강요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원하고 목표로 삼은 꿈과 포부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면 어떠한 고난도 이겨 낼 힘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忍耐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스스로의 목표와 야망이다. 목표를 상실한 배는 공연히 바다 위를 떠다닐 뿐이다.

요즘의 신세대는 참을성이 없고 재미있는 것만 추구하다 보니 어려운 일이나 직장을 회피한다고 한다. 약간의 시련에도 쉽게 포기하고 의리나 약속을 헌 신짝처럼 버린다는 비난도 있음을 잘 알 것이다. 실제로 연구보조원을 채용하려고 공고를 냈던 나 역시 함께 일하기로 약속했던 학생이 아무런 연락 없이 나오지 않고 휴대폰의 전원 마저 꺼 버리는 경우를 겪었다. 어떤 사무요원은 아무리 설득하고 훈계를 하여도 출퇴근 시간 개념없이 마음대로 다니면서 연구실의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당혹했던 적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학생과 사무요원의 개인 성격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함께 일을 하겠다고 자원하였다가 성취 의식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그만 두거나 마음대로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의과대학의 본과 3, 4학년 학생은 임상실습을 돌면서 실제 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 터득하게 되며, 책으로만 배웠던 의술을 살아있는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미 의학의 전반적인 내용도 습득하고 각 임상과의 성격도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개별 학생들에게 앞으로의 미래 계획에 대하여 물어 보면 한결같은 대답이 있다. “우선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하여 의사면허를 따겠습니다.” 다음의 계획을 다시 물어 보면 한참동안 고민을 하지만 90%는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노라고 답한다. 인턴 과정을 마치고 내과 레지던트에 응모한 후배 선생님들에게 면접 과정에서 물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또 듣게 된다. 왜 내과를 지원하였는지에 대한 대답은 “내과가 환자 진료의 기본을 담당한 과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것이다. 내과 수련을 마친 뒤의 계획에 대하여 물어 보면 “우선 내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여 훌륭한 내과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특수 전공은 어떤 분야를 하고 싶은지, 교수직이나 연구직에 대한 포부가 있는지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목표와 포부를 물어 보면 뚜렷한 계획이나 희망에 대하여 설명하는 지원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忍耐心을 발휘하겠는가?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하여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꿈과 목표를 세우고 忍耐心과 각고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꿈과 목표가 없는 하루하루는 무의미하며 일상 생활 역시 공허할 뿐이다. 책임감도, 참고 견딜 이유도, 명분도, 생기도 없이 방종과 회피와 자조(自嘲)만이 남게 될 뿐이다. 당장 내년의 일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에 대한 꿈과 포부는 의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목표만 높게 세워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 우선 하나씩 목표를 이루고 차근차근 생각하겠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미래가 불확실하고 경쟁이 치열한 때일수록 다른 사람보다 앞서서 뜻을 세우고 하나씩 준비를 해 나갈 때 남보다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한 가지 자격증이나 특기만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울 수 없는 이 시대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개인마다 인내심에 차이가 있고 일을 해결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의 성취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꿈과 목표가 없이 젊음을 낭비하는 우(愚)를 범(犯)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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