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의 형과 동생. 형은 무사히 대학 진학을 해 취직을 하지만, 동생은 형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초등학교만 졸업한 채, 양복점 시다, 중국집 배달부 등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형은 다분히 소시민적 월급쟁이 인생을 살지만,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동생은 소위 ‘어깨’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이기도 하 는 등 ‘자유롭게’ 인생을 항해한다.

이는 어느 소설 속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는 분명 형은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한 ‘안정된’ 길을 걷지만, 동생은 ‘되는 대로’의 삶을 살아 간다. 그러나 이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형과 동생의 삶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 경험해 봤음직한 일이며, 지금 누군가의 고뇌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평생 가야할 길과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길. 이 둘 사이는 현실과 꿈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 두 길이 지금 내 앞에 주어진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는 ‘되돌릴 수 없는 하나의 시간에 대입해야 하는 삶이 두 개’라는 딜레마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뻔히 보이는 길을 두고 동생의 ‘무모함’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젊음’을 무기 삼아 모험을 강행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젊음’을 수치상 나이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젊기 때문에’에 가질 수 있는 여유는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꿈’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어떤 순간에는 ‘선택’은 ‘선택’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다. 소설의 끝 부분이 떠오른다. 동생이 부러워진다는 형은, “동생과는 달리 바로 누워서 잠을 자든 엎어지고 고꾸라져 잠을 자든 내가 이제 더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없게 됐다는 서글픈 자각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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