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7호 고대신문은 총장후보공모마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학우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학우들은 총장선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총장 후보공모마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우들의 추상적인 관심을 구체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어 각 후보들의 약력과 출마계기, 주요 공약이 제시되었다. 총장후보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지나치게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만을 실어 각 후보간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총장은 학교의 발전방향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고, 대학의 역할을 좌지우지할 만큼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학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약을 묻기에 앞서, 점점 대학이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 지, 대학의 바람직한 상을 물어보는 총론적인 질문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사람들의 ‘클래식, 들어보실래요?’는 학내 공간을 재발견하여 공강시간에 어디 가야할지 고민인 학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가까이 있는 홍보관에 자주 접하기 어려운 고전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정보였다. 자주 찾지 않는 홍보관에 숨겨져 있는, 의미있는 공간을 학우들에게 소개했다는 점에서 고대신문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한편, 가볍게 읽으면서도 항상 씁쓸함이 마음 한 켠 자리잡는 ‘석탑춘추’는 언제까지 ‘虎兄’을 고수하고 독자를 남학우로 한정지을 것인지 의문이다. 과거 대학에 여학우가 거의 없고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때에, 남학우들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학형(學兄)’이라고 불렀다. 남성이 학내구성원의 대다수인 시대의 호칭인 학형과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가 합쳐져 ‘석탑춘추’의 ‘호형(虎兄)’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고대구성원 중 여학우가 40%를 넘는 현재 상황에서까지 호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석탑춘추’를 읽을 때마다 여학우를 배제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볍게, 하지만 불편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여학생회관(이하 여관) 철거 반대운동에 관련한 ‘석탑만평’은 한 컷의 만화치고 매우 불편했으며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관 철거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여학생회관을 지키는 사람들’에서 낸 성명서 정도도 읽지 않고, 학교의 행정에 맹목적으로 ‘반대’한다는 점에만 초점을 두고 그린 만평같았다. 학내에서 많은 논쟁이 되고 있는 여관 철거 반대 주장의 쟁점 을 잠시 동안의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관을 지키려는 편협한 것으로 한정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학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논쟁의 쟁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무책임한 만평 하나로는 철거논쟁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호에서 여관 철거에 대한 갈등 상황이 제대로 기사화되지 않았으며, ‘여관 공사 주단요구 학교측은 검토 중’이라는 기사 하나만이 있을 뿐이다.

학내언론은 학우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함과 동시에, 학내에서 많은 논쟁이 되고 있는 갈등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 호는 후자에 대한 역할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학내 갈등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명확히 소개하는 학내언론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유예지(정경대 정외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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