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장갑차에 치여 죽은 신효순, 심미선 살인 사건에 대한 평결이 무죄가 되자, 전국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항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울분은 해당 주한 미군 처벌에서 주한 미군 철수로 번져, 이제는 어느 덧 反美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울분은 온라인 상에서 만개 한다. 「시민의 신문」에서 마련한 미선이, 효순이  사이버 분향소에는 4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조문을 했으며,  며칠 전 한국 네티즌들은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기도 했다.

온라인 상의 反美 운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반면에, 집회  참여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은 - 물론 최근 중·고생들이 反美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 아직도 일부 시민단체나 대학생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본교지부 위원장 김민재 씨는 “反美를 외치는 것이 소수의  운동권, 시민단체의 일로만 비춰졌기에 아직까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 인식의 원인으로 우선 정부의  주체적이지 못한 대응과 일부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를 들 수 있다. 정부는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가 없는’미선이·효순이 살인 사건에 대한 美 군사법원 판결을 두고, 우리나라 법무부는 미군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조선·중앙·동아 등의 주요 신문들은 주한 美 대사 통해 전해진 부시 美 대통령의 사과를 한 뒤, 마치 모든 일이 해결된 것처럼 이제는 더 이상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한·미 동맹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집회에 대한 소극적인 사회적 인식은 시위 및  집회가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동당 자주투쟁국장 이승헌 씨는 “군사정부 시절, 시위 자체가 금기시됐던  분위기 탓이 시위 및 집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한 편에서는 시민들에게 행동이나 집회 참여 방법을 알려는 경로가 부재한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민들이 집회참석에 익숙지  못하고 집회 참석의 방법을 잘  모른다.”는 여중생 범죄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의 관계자의 말처럼 시민들이 마음은 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일반인이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알기란 쉽지 않다.
 
 

6월의 붉은 열정, 여중생 사건에는 시들

30일 촛불 시위 국민적 참여 도화선 될 듯
 


 

그러나 사회 분위기나 정보의 접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 나라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범대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시위 및 집회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며“이는  민감한 사안에 몸으로 참여하기 꺼리는 경향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경찰 정보망에 집회, 시위 경력자라는 낙인이 찍혀 자신의 평온한 생활에 차질이 올 것을 지레 두려워하는 우리 시민들의 사회적 인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6월 미선이와 효순이가 미군 궤도차에  깔려 숨졌을 때도 우리 국민들은 붉은  단꿈에 취해 있었다. 이제 그 꿈에서 헤어나 주한미군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시민들은 그저 분개만 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 월드컵 때  보여줬던 그런 응집력과 열정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저녁, 美 대사관이 있는 광화문 앞에는 촛불을 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비록 경찰의 저지로 대사관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오후 9시 30분 자진해산하기까지 그 들은 촛불을 들고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주한미군 철수, 책임자 처벌 등을 평화롭게 주장했다. 이 날 집회는 범대위 주도 하에 이뤄진 집회가 아니라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행한 집회였다. 네티즌들은 오는 토요일에도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폭발시킬 분노는 이미 가슴 속에 하나 가득있다.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집회가 향후 어떤 형태로 타오르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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