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강 제도란 수강한 학과목의 학점을 따지 못하였거나 학점이 좋지 않았을 때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와 달리 재수강제도의 폐해가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재수강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도에 서울대 졸업생의 92%가 B학점 이상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점인플레이션은 학생 간 변별력을 떨어뜨려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을 초래했다. 또한 첫 수강생들의 수업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문제다. 재수강생들로 인해 강좌와 교수의 수요가 증가해 교육 비용이 증가하고 강의실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그밖에도 학점 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고학년 때 ‘학점세탁’, ‘학점성형수술’을 기대하며 저학년 때 수업을 태만하게 듣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기업에서는 대학의 학점을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재수강 제도가 갖는 여러 폐단과 부작용으로 많은 대학 당국에서는 재수강제도를 폐지하거나 제한사항을 두는 추세다. 이에 대해 현재 많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대학 내 재수강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본교는 무분별한 재수강과 첫 수강생들이 받는 불이익 등을 고려해 모든 과목의 재수강이 가능했던 것을 지난 2001년 1학기부터 C+이하의 성적을 받은 과목부터 재수강을 허용하고 취득성적을 B+로 제한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반대로 지난 2004년도부터 재수강생들이 A까지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성균관대도 학점 세탁을 조장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 아래 지난해 재수강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수강철회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명자운(성균관대 법학05)씨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제도를 변경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며 “수강철회 과목이 해당학기에 F학점으로 처리돼 학부생은 전공진입을 위해 수강철회를 할 수 없는 등 학교에서 대안으로 마련한 성적운용제에 폐단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학교 당국은 오는 2007년부터 수강 후 4학기 이내에 기존 학점이 C+이하일 경우 재수강을 통해 최대 B+까지 취득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또한 수강철회제 신청시기를 중간성적 공시 이후에서 개강 4주차로 앞당겼다. 기존 제도가 수강신청한 과목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수업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를 경우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수강철회제의 본래취지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교무팀 이태효 계장은 “학생들은 중간고사 성적공시 이후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철회를 해버려서 이것은 재수강의 또 다른 형태와 다름없었다”고 제도 개선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세대도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기존에 C+이하의 성적을 취득한 과목에 한해서만 재수강이 가능하던 것을 05학번부터는 D+이하의 성적을 취득한 과목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것으로 지난 2004년 12월 개정했다. 재수강제도 변경을 위한 연세인 모임 ‘C즐’은 학내 언론 대상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8월 26일 학생회와 학교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변경된 재수강제도가 학교학사행정의 권위주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학생들 간의 결쟁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C즐’에서 활동했던 김동윤(연세대 이학계열05)씨는 변경된 재수강 제도에 대해 “학생들이 C보다 D를 더 선호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며 “학점 경쟁이 심해지고 취업, 진학, 유학에 학점이 미치는 영향을 따져봤을 때 이는 대학 졸업 이후 생존권과도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을 참작해 연세대는 지난 학기부터 05학번은 4회, 06학번은 3회, 07학번은 2회로 C학점 이상의 학점도 재수강을 할 수 있도록 횟수를 정했다. 이후 계속해서 줄여나갈 방침이다. 연세대 수업지원부 이진우 씨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의견을 고려한 완충적인 제도”라며 “수업 과밀도가 높아지는 등 기존의 재수강제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08학번부터는 이 횟수제를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면학 분위기 저해, 축소해야"
(사진=박가희 기자)
이에 이윤지(연세대 사회계열05)씨는 “학생들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고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학교와 교수님들은 재수강제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며 “재수강제도를 단순히 학점을 올리기 위한 시도로만 보는 것은 일방적인 판단이며 학생들의 교육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한편 재수강 제도에 반대하는 학생도 있다. 김현주(문과대 국문05)씨는 “재수강을 받는 고학번들과 첫 수강하는 저학번들이 함께 평가를 받으면서 저학번이 피해를 받는다”며 “재수강 제도가 너무 성적에만 매달리는 학점만능주의 풍조를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원칙과 학생편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연세대 수업지원부 이 씨는 “재수강제도가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학생들의 의견이나 수요를 무시할 수 없어 학교 측에서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재수강제도의 확대와 축소를 두고 대학구성원 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에 학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양질의 교육과 실력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져 재수강제도에 대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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