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하고 시험이 끝나도 여전히 바쁜 학생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 이들은 이메일로, 전화기 너머로, 직접 찾아와서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성적이 공시되자 담당 교수를 찾아간 한 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하는데 몇 점이 부족해 다음 학기 등록금도 못 내게 생겼다며 눈물로 호소한다. 물론 교수의 반응은 냉랭하다. 김익수(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기마다 장학금, 취업 등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는 학생이 꼭 있다”며 “절박했다면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한다”고 말했다.

국제교류학생이 늘어나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을 자주 볼 수 있다. 성적처리기간에 교수님을 찾아가 호소하기는 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 번은 중국학생이 교수연구실을 찾아왔다. D를 받았는데 다음 학기에 어학연수를 가려면 학점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B를 달라고한다. 외국인 학생이라 수업을 듣는 것이 다른 학생에 비해 훨씬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달라며 호소했다. 교수는 성적 처리는 객관적이기 때문에 사정이 딱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계속해서 매달리던 중국 학생 때문에 교수도 난처했으나 그 말에 포기했는지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그 학생이 중국산 술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한다.

학생마다 딱한 사연이 있어도 성적을 올려줄 수는 없는 법. 김현진(문과대 사회05)씨는 출석도 다했고 레포트와 시험도 열심히 써냈는데 함께 수업을 들은 친구보다 성적이 낮게 나와 교수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며칠 뒤 교수님이 보낸 답 메일을 열어봤다. ‘학생은 내 기준에서 정당한 성적을 받았네. 좋은 겨울 방학 보내게’ 이처럼 교수가 딱 잘라서 말할 경우 학생은 할 말 없어진다. 이와 달리 교수가 세세하게 출석, 발표, 시험 점수부터 수강생에게 매긴 등수까지 보내 학생이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성적처리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성적을 올려달라는 경우만 생각하지만 성적을 내려달라는 학생도 있다. 재수강을 해서라도 더 좋은 성적을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영숙(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적을 내려달라는 학생도 매학기 4~5명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졸업 후 원하는 곳에 취직하려면 학점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처리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김흥규(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는 “내가 대학 다닐 때는 교수님께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웠다”며 “요즘 대학생들은 ‘밑져야 본전’,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너무나 쉽게 성적을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귀찮다는 이유로 이메일을 통해 가볍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문제”라며 “성적에 문제가 있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다면 교수를 직접 찾아가 얘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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