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맞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조금은 달라져 보일 것 같다. 예년보다 따뜻한 지난 겨울을 고대인들은 뼈가 시리도록 춥게 보냈다. 취임 직후 이필상 전 총장에게 제기된 표절의혹이 본교의 치부까지 드러내는 갈등으로 확산되다가 이 전총장의 퇴임으로 마무리됐다. 본교가 한국사회에 자임하는 역할을 생각한다면 총장의 표절의혹이 이 정도에서  끝난 것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되씹으며 본교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본교에 큰 교훈을 남겼다. 먼저 한 일간지가 제기한 표절의혹에 대해 교수사회와 학계는 엄정히 판단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학문사회에 표절의 기준, 책임의 시효, 연구의 관행 등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학문의 세계화를 말하지만, 뒤쳐져있는 우리 학문의 한 단면이다. 두 번째로는 지난 총장선출과정에서 학문성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사사례를 찾기 힘든 네거티브 선거방식으로 치러진 총장선출도 치밀한 후보검증보다는 불쾌한 알력의 흔적만 남겨두었다. 세 번째로는 논문표절에 대한 의혹의 진행과정에서 마치 기성정치판과 같은 모습으로 사회전반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고대’의 이름아래 하나로 화합하는 고대인이기에 이번 사건이 새로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 사건을 가리고 덮지만 말고, 기사가 대국을 복기하듯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대범한 자세로 사건의 경과를 고백하고 성찰해, 본교의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승화할 때  ‘고려대학교’에 담긴 시대적인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두 달여의 짧은 임기를 마친 이 전총장도 환한 웃음으로 본교와 학생들에 깊은 애정을 놓지 않았다. 모든 고대인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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