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후문에서 자취 2년째인 A군. 느지막하게 일어나 교양관 앞 편의점에서 햄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운다. 수업을 듣고 새내기들과 중앙광장 잔디밭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던 그는 슬슬 배가 고파오자 자장면을 시킨다. 잔디밭에서 봄을 만끽하며 먹는 자장면에 빠질 수 없는 콜라. 저녁엔 간단히 컵라면을 먹기로 결심한 A군은 오늘 몇 가지 식품첨가물을 섭취했을까.

A군은 하루동안 최소 36가지의 식품첨가물을 섭취했다. 보통 일반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식품첨가물의 종류는 대략 5~60가지, 무게는 10g정도다.

△음식이냐, 독이냐 - 인공식품첨가물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을 제조·가공·보존함에 있어 식품에 첨가·혼합·침윤 등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정의하는 화합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용되는 식품첨가물은 화학적 합성품 416품목, 천연 첨가물 194품목, 혼합 제제류 7품목 등이며 화학식품향료는 1800가지 이상이다. 우리는 22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을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 감미료인 아스파탐, 감칠맛을 유발하는 MSG다.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 햄 등 육가공식품에 신선한 붉은색이 나게 하고 식중독균 억제에 쓰이는 대표적인 발색제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일 섭취량을 몸무게 1㎏당 0~0.06㎎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육가공품 1g당 0.07mg까지 첨가할 수 있는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사용기준>에 의해 한 조각(25g기준)의 햄 속에 최대 1.75mg까지 첨가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이 발색제로 사용되는 이유는 아질산나트륨이 니트로소미오글로빈과 니트로소헤모글로빈을 형성해 안정된 육류의 색을 띠게 하기 때문이다. 육류에 첨가된 아질산나트륨은 육류의 젖산에 의해 아질산이 되고 불안정한 화합물인 아질산은 생성되자마자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로 분해된다. 이중 일산화질소는 육류의 붉은색을 띠는 색소인 미오글로빈과 결합해 선홍색의 니트로소미오글로빈이 된다. 니트로소미오글로빈은 열에 의해 파괴되지 않아 육류의 선홍색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아질산나트륨은 아질산과 2급 아미노와의 반응에 의한 발암성 때문에 문제가 된다. 또한 다량 섭취 시, 혈관확장과 메트헤모글로빈혈증, 혈액의 효소운반능력 저하가 유발된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암물질이기 이전에 독극물이다. 사람이 아질산나트륨을 0.18g이상 섭취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데 청산가리의 치사량 0.15g와 큰 차이가 없다.

△아스파탐(Aspartame)
아스파탐의 칼로리는 1g당 4kcal로 설탕과 같으나 설탕보다 200배 강한 단맛을 지녀 저칼로리 감미료로 각광받고 있다. 또 설탕과 같은 탄수화물계가 아니므로 당뇨병 환자가 사용할 수 있다. 아스파탐은 아스파르트산과 페닐알라닌이라는 두 가지 아미노산의 결합물이다. 아스파탐은 사카린 등의 다른 인공감미료가 아무런 변화 없이 인체에서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소화기관에서 기본성분인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물질대사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스파르트산은 뇌세포로 흘러들어가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을 한다. 아스파탐을 섭취하면 체내의 아스파르산의 농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해 뇌세포가 흥분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활성산소는 체내로 흡입된 산소가 에너지를 만들고 물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화력이 높은 산소찌꺼기다. 적당량이 있으면 세균이나 이물질로부터 몸을 지키지만 과다발생 시 정상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한다. 이로 인해 뇌세포가 파괴돼 치매 등의 퇴행성질병을 유발하고 각종 질병과 노화의 주범이 된다.

페닐알라닌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를 낮춘다. 세로토닌은 식욕 및 음식물 선택의 중요한 조절자로 탄수화물 섭취와 관련이 있다. 국소적으로 세로토닌이 증가하면 식욕이 감소하게 되고,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세로토닌이 모자라면 우울증, 불안증 등이 생길 수 있다.

△MSG(Monosodium Glutamate)
MSG는 1908년 일본 도쿄대학의 이케다 키쿠네(池田菊苗) 교수가 발견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각종 국물들의 감칠맛을 연구하던 중 일본 음식에 기본이 되는 다시마에 함유된 글루탐산나트륨(MSG)에서 감칠맛이 유발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감칠맛을 일본말로는 지미(旨味), 즉 '우마미(うまみ)'라고 한다. 1985년 하와이에서 개최된 ‘우마미 국제심포지엄’에서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네 가지 기본 맛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제5의 맛임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MSG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중국 음식점 증후군’에서 시작됐다. 1968년 의사인 로버트 호만 곽은 뉴욕에 있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몸이 마비되고 구토와 현기증을 보였다. 그는 의학전문지에 이를 기고했고 후에 이를 ‘중국음식점증후군(CRS,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고 명명했다. 원인은 MSG의 사용으로 추정됐다.

MSG는 아스파탐과 유사한 아미노산계 조미료로 체내에서 신경물질역할을 해 오랜 기간 섭취 시 뇌기능저해와 신경계통교란을 일으킨다. MSG의 성분인 글루탐산은 버섯, 육류, 김, 토마토 등 자연식품 단백질의 일부로 자연식품으로 섭취 시 병적증세가 없지만 화학조미료로 섭취할 때만 독성을 보인다. 글루탐산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과량을 섭취 시 일부가 신경조직에 흡수돼 신경세포막을 파괴한다. 또한 신장에서의 칼슘흡수를 막고 뼛속에 저장됐던 칼슘까지 떨어져 나가게 해 골다공증을 일으킨다.

△피할 수 없다고 즐기지는 말자.
허가된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안병수 소장은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안전성 검사는 암, 알레르기, 유독성 등 소수 영역에 대한 검사만 이뤄질 뿐 환경호르몬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식품첨가물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있을 경우 매우 낮은 농도라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안 소장의 견해다. 또한 “식품첨가물은 소량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므로 만성독성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 벌레먹은사과팀 이지현 국장은 “식품첨가물의 섭취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지만 줄여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음식과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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