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토) 경영대 학우강당에 아침부터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다함께’에서 주최한 ‘진보적 대학생이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제’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듣기 위해서였다. 박노자 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강연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강연시간 내내 경영관 옆에는 한 대의 발전차가 끊임없이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강연회의 진행을 불허한 학교측이 전기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공간 사용이 불허됐지만, 강연회 주최학생들은 열쇠수리공을 불러 학우강당의 문을 열었다.

강연회를 주최한 ‘다함께’는 애초에 경영대학생회의 명의로 학우강당을 대여했다. 그러나 학내에 붙은 행사 안내문을 본 학교에선 이날 행사가 경영대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고, 학우강당의 대여를 취소했다.

경영대 공간 신청서 약관에 ‘타 학과 및 외부단체의 행사는 불허’라고 명시돼 원칙적으론 학교가 학우강당의 대여를 취소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전에도 똑같은 행사를 똑같이 다른 단과대의 이름으로 공간을 대여해 진행했다니 ‘다함께’가 억울하다는 소리를 낼 만 하다.

사실 공간대여에 있어 학교는 학생들에게 그리 야박하지 않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협조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행사의 주체가 ‘다함께’라는 데 있었다. 지난 2005년 5.2사태와 지난해 출교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다함께’는 이미 학교에 미운털이 박힌 지 오래다. 이번엔 큰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한 학교측의 무(無)대응으로 큰 소동은 없었지만 이번 행사는 양 자간의 갈등이 깊어질 데로 깊어졌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지금 본교는 커다란 시한폭탄을 애써 모른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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