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과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가장 작은 소립자를 알아내고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이해했다. 쿼크로부터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고, 이 둘로 핵을 만들고, 핵과 전자로 원자를 만들고, 원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시적인 물질을 만들어 우주를 형성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비약적인 우주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잘 아는 물질이 우주를 이루는 모든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고작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 우주 대부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암흑에너지(척력)와 물질(중력)의 밀고 당기기
△질량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약 70년 전, 츠비키(Zwicky)라는 천문학자는 우리은하 외부에 있는 은하들을 관측하던 중, 그 은하들이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은하들의 움직임이 중력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다면 그 속도는 중력을 유발하는 은하단의 전체질량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래서 그는 예상외의 빠른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은하들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질량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많은 관측 결과가 ‘그 무언가’, 즉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암흑물질로도 70%부족해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COBE 실험과 최근의 WMAP 실험은 우주배경복사를 정밀 하게 측정하는 실험으로 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가 돼야 한다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측정해 우주론을 관측의 영역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암흑물질까지 합쳐도 우주의 모든 물질은 임계밀도의 약 3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주를 이루는 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다. 그러다보니 나머지 70%는 암흑에너지라는 이론이 제기됐다. 이런 아이디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우리은하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진 초신성에 대한 관측 결과다. 우주의 팽창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초신성과 관련해 연구하다가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팽창속도를 알려면 우주팽창에 대한 시간과 거리를 알아야 한다. 먼저 Ia형 초신성의 밝기를 측정하면 거리를 알 수 있다. Ia형 초신성은, 죽은 별인 백색왜성이 주변 별의 가스를 빨아들여 커지다가 어떤 질량에 이르게 되면 폭발하는 것으로 크기와 성분이 거의 같아 폭발시 내는 빛의 양도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의 밝기를 측정하면 거리를 알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밤바다에 여러 오징어 배가 떠 있고, 각각의 배가 같은 밝기의 집어등을 켜고 있다면 거리가 멀어질수록 밝기가 어두워 질 테니 집어등의 밝기를 측정한다면 각각의 배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빛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한다.

또한 우주에서 거리는 시간과 같은 개념이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므로 빛이 우리에게로 여행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따라서 우주의 끝에서 오는 빛을 본다면 이는 우주의 초기를 보는 것과 같다. 이들의 거리와 적색편이의 상관관계를 보면 우주 초기의 팽창속도를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우주의 팽창속도가 초기에는 느려졌으나 어느 시점부터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주의 팽창을 다시 가속시키려면 중력에 반하는 척력(斥力)이 필요하다. 이 척력을 만드는 것이 암흑에너지로 70%의 구멍을 메워주는 것이다.

△암흑에너지의 유력한 후보, 우주상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 암흑에너지의 유력한 후보는 진공에너지인 우주상수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었을 당시 우주는 변하지 않는 정상우주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하지 못하도록 우주상수를 집어넣었으나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우주상수를 집어넣은 것이 자신의 최대의 실수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우주상수가 이번에는 역할이 바뀌어서 암흑에너지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진공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이다. 하지만 현대물리학은 진공을 끊임없이 입자를 만들어 내고 소멸시키는 매우 역동적인 공간으로 이해하며 진공에너지가 0이 아닌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계산에 의한 진공에너지는 관측에 의한 진공에너지보다 자그마치  10120 배나 더 큰 값을 가진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상쇄하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숫자가 모두 상쇄되고 그 다음 자릿수에서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121자리의 계산을 할 수 있는 물리학 이론이 과연 존재할까?

한편 물리학자들은 진공에너지를 대신할 다른 후보를 찾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정수 또는 제5원소로 불리는 Quintessense라는 것이다. 제5원소란 말은 고대 그리스의 흙, 물, 불, 공기의 4원소와 함께 우주를 이루는 신비한 원소로서 도입된 말인데, 그 표현을 그대로 빌려왔다. 이는 팽창에 관계없이 일정한 밀도를 가지는 진공에너지와 달리, 우주의 진화에 따라 밀도가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여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이다.

△희망이 보인다, 암흑물질찾기

우주 평균 밀도의 2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정체규명은 암흑에너지보다는 훨씬 희망적이다. 유력한 후보는 액시온이나 윔프(WIMP)등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소립자로 이론적으로 보다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하 내부의 암흑물질 밀도는 관측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약 3㎤에 양성자가 한 개씩 있는 정도이다. 속도를 고려하면 손톱에 초당 수십 만 개의 암흑물질 입자가 지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많이 지나다녀도 반응이 없으니 그 존재규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액시온이나 윔프는 보통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와 매우 드물지만 반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렵지만 이들 입자를 검출할 가능성이 있어 물리학자들에게 큰 희망이다. 윔프를 찾는 실험은 세계적으로 약 20년간 진행돼 왔으며 우리나라도 양양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윔프를 찾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21세기 과학의 최대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젊은 과학도들이 이 과제에 도전해 가장 먼저 이들의 정체를 규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용어 설명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 cosmic background radiation)
빅뱅이론의 강력한 증거로 빅뱅 직후 뜨거운 우주가 식어 우주 탄생의 흔적으로 남은 빛이다.

임계밀도(臨界密度)
온도, 압력 등의 변화로 물질의 상태, 속성이 바뀌는 임계상태 물질의 밀도.

적색편이(赤色偏移)
어떤 물체가 멀어질 때 물체가 내는 빛이 원래보다 붉어지는 현상. 천체의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선이 파장이 긴 쪽으로 밀려 붉은 색으로 치우쳐 보인다. 이는 멀어져 가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원래 음보다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COBE
1989년 NASA는 우주로부터 오는 모든 빛들을 조사하기 위해 COBE 위성을 발사했다. NASA의 존 매서 박사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조지 스뮤트 박사는 COBE가 보내온 우주흑체복사를 분석해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이 실험은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다.

WMAP
윌킨슨마이크로파이방성탐사선(WMAP). NASA는 이를 발사해 우주배경복사가 불균일하다는 것을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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