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
 
만석동  쪽방 촌에 살고있는 김선옥(가명, 62) 씨. 항구에서 사온 굴을 까서 시장에 파는 일을 하는 그녀는 소위 하루벌어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 

쪽방에 살게된지 3년 째. 그녀는 IMF가 터진 후, 아들이 실직을 당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 이제 32세의 아들은 공사판에 나가 돈을 벌고 자신은 굴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3월 이후에는 굴이 빨리 상해 팔 수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기간에는 다른 일을 해야한다. 작년 여름에는 구청에서 청소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그 인원도 감축된다고 해 뭘 해야할지 통 걱정이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길 건너편은 이미 재개발돼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조만간 김씨가 사는 동네도 재개발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곳이 재개발되면 어디로 가야할 지도 막막하다.”는 김씨의 얼굴에 그늘이 가시지 않는다. 

사실 쪽방에 사는 것은 그녀에게 그리 힘든 것은 아니다. 공동이라지만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에 드는 난방비는 가장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녀는 겨우살이를 준비하며 “집의 전선을 깔끔히 정리 해줬으면 바랄게 없겠다.”며 합선으로 불이나 터전을 빼앗길 것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장애인  


북성동 쪽방에 사는 1급 장애인 박병수(가명, 53세) 씨. 그는 뇌졸중과 고혈압을 심하게 앓아 전신의 반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 1급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한 달에 28만원을 받으며 살고 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가 쪽방에 오게 된 경유는 10여년 전 그가 병을 앓을 당시, 외동딸이 집을 나간 이후로 연락이 끊겨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전에는 집에서 밥을 해먹고, 산책을 하며 점심때는 적십자의 무료급식을 이용한다. 그리고 빵과 우유 등의 물품을 받아 집에 들어온다. 저녁 이후에는 TV시청을 한다.

그에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하는 쪽방의 구조는 너무나 힘겹다. 특히, 화장실은 하루에 몇 번씩 들르는 곳이기 때문에 멀게만 느껴진다. 박 씨는 “씻는 거야 매일 안 해도 되지만 화장실은 안 갈 수 없지 않냐.”며 쓴웃음을 짓는다.

 
독거노인 
 
쪽방에 사는 독거노인 이봉철(가명, 67세)씨.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년을 가족끼리 보내지만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외로움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군대에 있을 때 다친 오른쪽 발등이 다시 아파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그는 예전에 인천공항에서 짐 나르는 일을 했었다. 그러나 하는 일에 비해 보수도 좋지 않고 젊은 나이에 하기에도 힘든 일을 이 노인이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요즘은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그가 사는 쪽방은 2평. 쪽방촌에서는 비교적 큰 방이다. “지난 달 북성동 화재사건을 들었는데, 이 곳도 화재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 노인. “잠자다가 놀래서 깨기도 한다.”고 말해 쪽방 사람들의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현재 이 노인은 자신을 부양할 사람이 없어 생활보호대상자 1급이다. 그 때문에 보건복지부로부터 한 달에 3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수입이 없는 그에게 이 돈은 소중하다.

“월 10만원이 방 값으로 들어가 나머지 돈으로 한 달 생활하기란 빠듯하기만 하다.”는 그는 “생활보조금이 인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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