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기도 바쁘고, 빠르기도 빨랐던- 다사다난했던 3월이 지났다. 그리고 미국 시인 T.S. 엘리엇 “황무지”의- 실로 많이도 인용되어, 어느덧 진정한 의미가 마음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어쩐지 하나의 상투적인 하나의 표현으로 전락되어버린 듯한- “잔인한 달” 4월이 다가왔다.

4월초인데도 아직도 꽃샘 추위가 가시지 않아, 예쁜 파스텔 색의 봄자켓이 빛을 발하기는 커녕, 그저 학생들은 매서운 바람에 맞서 옷을 꽁꽁 여매기에 바쁘다. 뿐만 아니라, 황사 주의보까지 내려져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보행자들에게선 봄기운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캠퍼스엔 봄이 찾아와 곳곳마다 예쁜 개나리가 피어있고, 흐드러지게 핀 목련은 벌써 질 준비를 한다. 나는 날카로운 바람에 얼굴을 잔뜩 찌뿌리다가도, 예쁜 고려대학교 캠퍼스 정경에 반해 잠시 멈춰서 사진도 찍어보고, 꽃구경도 하면서 ‘봄이긴 봄인가-‘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고려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공부한지도 어느덧 한달이 넘어간다. 역사와 전통뿐만이 아니라 예쁘고, 활기찬 캠퍼스, 훌륭하신 교수님/조교님들, 각 분야에서 특출난 학생들, 깨끗하고 단정한 교실들, 맛있는 학생 식당의 식사등등-

정말이지, 내가 한달 남짓한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고려대의 장점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명문대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걸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내게 주어진 고대에서의 한 학기를 최대한 의미있고, 즐겁게 보내고 가고 싶은 바램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도 이곳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겁고 만족스러운 나머지, 주어진 한 학기란 시간이 짧게만 느껴지고 그저 매일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야속하기만 하단다.

그러던 중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몇주 전에는 법구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려고 서 있었는데, 갑자기 한 여성분이 나를 밀치면서 이빨을 닦으시는게 아닌가. 그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그냥 옆 세면대로 갔는데, 화장실을 나오면서 생각하니 꽤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오늘은 교양관에서 친구와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뒤에서 어떤 남자분이 옆문을 열면서, 앞서 걸어가고 있던 내 등을 쳐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친구가 옆에서 잡아주었다). 이번에도 역시 사과나 양해없이 참으로 무심히도 가시더라.

솔직히 많이 화가 났지만, 화를 삭히면서 최대한 이해를 하려고 내린 개인적인 결론은 1) 한국 사람의 대부분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거나 직접 말로 표현하기에 익숙치 않아서, 2) 미국처럼 “excuse me”라는 표현을 거의 매순간마다 쓰지 않는데서 오는, “문화적 차이”의 가능성이다.

내가 내린 결론이야 어찌되었던, “Global KU”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강조하고 있고, 외국학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한 사람의 이러한 행동은 학교 전체 이미지에, 나아가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게 사실이다. 물론 한달 남짓 지내면서 내가 만난 거의 모든 고대생들은 재밌고, 친절하고, 다정하고, 정말 고마운 분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우분들에겐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그래도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혹시 실수를 했을 때는 즉시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고 “죄송합니다” 라는 한마리를 정중하게 하고, 혹시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을때는 “고맙습니다”라고 분명하게 감사표시를 했으면 하는것이다. 꼭 그 말이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 한마디가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이번주 주말부터는 날씨가 풀린단다. 따뜻한 봄기운을 빌어 살짝 기분 나빴던, 섭섭했던 마음속 앙금도 함께 풀을 수 있을것 같다.

다음주부터 모두 “잔인한 달” 4월을 좀더 따스한 미소와 몸에 배인 친절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4월로 승화시키는 건 어떨지?

전유나(본교 교환학생,  University of Vergi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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