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기적’, 슬라보예 지젝이 유럽을 넘어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1년 도서출판 인간사랑에서 펴낸 <향락의 전이>를 필두로 국내에서 지난 5년간 출간된 지젝 관련 도서는 21권이나 된다. 이러한 관심에 지난 2003년에는 지젝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서울대와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강연회를 열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국내 청소년 잡지 <인디고잉>에 무료 기고문 A4 10장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승기(경희대 영어학부)교수는 “2003년 강연 이후 지젝 관련 특강이 급속도로 늘어나 비평이론학회를 비롯한 여러 학회에서 지젝 관련 학술자료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캉 철학이 지젝 사상의 기반인데 최근 국내에 라캉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늘어나 국내 지젝 연구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민 교수에 따르면 지젝은 문화 · 정치 · 윤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정신분석학적 사유를 시도해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지난 1949년 옛 유고 연방이었던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 제8대학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류블랴나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칸트와 헤겔, 라캉의 철학을 알기 쉽게 일상생활이나 영화에 접목시켜 해석해 주목받는다. 한편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을 몸소 경험한 지젝은 현실정치에도 관심을 가져 지난 1990년엔 슬로베니아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 9 · 11테러를 기점으로 세계화 체제가 미국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선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석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