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지난 5년간의 세월을 돌아보면, 올 6월 전국을 휩쓴 월드컵의 상기된 기억도 남북정사의 영광된 화합장면도 있지만 IMF로 대변되는 경제적, 문화적 폐해 앞에 고통스러워 했던 기억이 가장 떠오른다.  공식적인 정부의 발표야 벌써 IMF의 그늘을 벗어났다지만, IMF 경제신탁통치가 우리에게 준 아픈 상흔을 보고 아직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우리는 얼마 전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많은 이견과 격론 속에 한명을 선택하여 차기 5년간 대한민국의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동안 우리가 공유했던 고민과 토론은 새로운 술을 준비하는 과정일 것이다.

지도자의 선택이 바람직했건, 그릇되었건 새로운 술은 준비되었다. 이제는 새로운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과거 IMF의 아픈 기억은 준비 없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수순일 것이라는 것은, IMF이전 몇 년을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부가 좀 더 솔직하고, 국민이 좀 더 현실에 냉정했다면 당면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준비 없이 당한 아픔에 대한 괴로움도 덜 했을 것이다. 

2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敗戰國)인 일본이 ‘치밀한 준비’로 폐허에서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이 된 것을 기억한다. 반면 우리는 패전국은 아니었지만 ‘준비 없는 해방’을 맞아 분열하였고, 강대국(强大國)의 ‘준비 없는 영향’을 받다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分斷國)이 되었다.

거슬러 올라 갈수록 역사는 준비 없던 과거를 질책한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으니, 이제는 구태의연한 정치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참신한 인물이 등용되어 우리의 선택을 이끌어낸 공약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과거 역사를 지나쳐간 대통령들이 행한 과오와 행적을 구분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으로 자신이 선언한 새로운 정치를 우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또한 절대적인 약세에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한명 한명 민중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는 정부가 잘 될 리가 없듯이, 준비 없는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지난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스스로를 반성해보면, 우리는 보내는 시절을 아쉬워하는 것에만 익숙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에는 미흡했던 것 같다. 

지금도 유흥가의 밤거리에는 지난 한 해를 술로써 애써 잊으려는 고성방가가 난무하고 있다.

이제는 좀 더 냉정해지고 차분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담아둘 새 부대를 준비해야겠다.

<巨富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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