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법과대 법학01)씨는 “전공책 말고는 책을 본지 꽤 오래됐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교양수업을 들을 땐 교수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을 몇 권이라도 읽었었는데 전공수업을 듣기 시작한 후로는 거의 챙겨보지 못했다”고 했다. 본교생들은 본인의 독서량에 만족하고 있을까? 86%가 ‘아니’라고 답했다. 필요는 느끼지만 실천은 못하는 독서, 학생들의 책 읽기를 위해 학교가 나섰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2005년 학생들을 위해 ‘권장도서 100선’을 만들었다. 교수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해 뽑은 이 권장도서들은 서울대 중앙도서관 기초교육정보실에 배치돼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기획홍보실 직원 최미순 씨는 “기초교육정보실은 빈 좌석이 거의 없다”며 “하루 평균 300~400권을 정리해야 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와 서강대학교도 필독도서를 선정해 학생들의 책 읽기를 독려하고 있다. 서강대학교는 ‘서강대 필독도서 230선’ 목록을 만들고, 이 서적들을 수업교재로 삼아 가르치는 교양강좌를 개설했다. 도서관에는 ‘필독서가’를 만들어 100권을 비치했다. 서강대 도서관 관계자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코너처럼 많은 학생들이 필독서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외대는 추천도서를 제시하고 독서감상문을 받아 우수작을 쓴 학생에게 정독상을 준다. 소정의 상금도 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도서관 주간열람주임 김경애 씨는 “한 번에 딱 5권만 추천한다”며 “너무 많은 책을 추천하면 심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학생들이 오히려 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학기에 처음 실시해 응모가 아주 많진 않았지만 문학성이 뛰어난 학생을 발굴하는 소득이 있었고, 참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본교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 학술정보원은 지난해 12월 각 대학의 권장도서목록, 출판비평지, 저자, 출판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뽑은 고전분야 권장도서 50선 목록을 책갈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책갈피 배부 후 권장도서를 찾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말하는 학술정보원 인문과학자료실 직원 이희정 씨는 권장도서를 선정하는 일 외에 ‘신착(新着)도서’ 코너에 진열될 책을 고르는 일도 맡고 있다. “학생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건 신착도서 코너”라며 “진열된 책이 하루 이틀이면 대부분 나가기 때문에 거의 매일 추가선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웃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신착도서 코너에 꼭 들른다는 최민(인문대 사회06)씨는 “다양한 책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흥미가 생기고 책보는 시각도 넓힐 수 있다”며 “도서관에서 나눠준 책갈피도 잘 쓰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공과대학은 지난 26일(목) ‘이공계 학생을 위한 2007 추천도서’를 발표했다. 추천도서 선정에 참여한 윤태웅(공과대학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전공지식을 잘 아는 것은 물론이고 크고 넓게 전체를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선정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공계생들이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인문계 학생들 역시 과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고대생 모두가 애정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이런 분위기는 학내 전체로 퍼져나가게 될까? 김효원 중앙도서관 열람과장은 “도서관에서도 목록을 만들고 싶었지만 여건상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교수님들이 해주셨다니 대환영”이라며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만 있다면 어떤 제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제 학생들이 책을 펼칠 때다.

▲ 책을 읽으려고 해도 막상 서점을 찾으면 많은 책 앞에 고민이 생긴다. '뭘 읽어야 하지?'  이럴 땐 학교에서 마련한 추천도서 목록을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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