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것 같은데, 가까워야 할 것 같은데 멀리에만 있는 책.
책을 읽는 본교생들을 만나서 물었다. “책을 왜, 어떻게, 어쩌다 읽게 됐나요?”

△책이 곁으로 오다
-고등학교 때는 독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전창현(공과대 전전전06)씨. 대학에 와 공과대의 무미건조한 공부에만 매달리면서 감정이 메말라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독서였다. 다른 것보다 감성적이면서도 짤막한 수필과 시들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랑 연애하는 거죠” 우울하게 듣지 마시길, 연애만큼이나 달콤한 책 읽기란 얘기다.
김식(문과대 중문06)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덕분에(?) 강제로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다가 책의 매력에 빠졌다. “언어 영역 준비는 책으로 했다”는 그가 본교에 입학한 데는 책이 일등공신이었다고.

△왜 책을 읽나
-김 씨는 영화나 음악과는 달리 자신이 습득 속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을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수필, 자서전류를 많이 읽는다는 채유기(언론학부06)씨는 “작품을 통해 보이는 작가의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서우다(언론학부06)씨는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소설은 비록 작가가 썼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방향은 읽는 사람에게 달려 있어 “소설에 담긴 것들이 나만의 텍스트로 이해될 때 재밌고 기쁘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잔상이 꿈에도 자주 나타나 “꿈꿀 때도 재밌다”는 서 씨에게 책은 삶의 엔돌핀이다.

△책을 어떻게 읽나
-김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널려 있는 읽다만 책 중 아무거나 집어 10분간 읽는다. “활자를 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그 날은 내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란다. 잠들기 전에도 책을 뒤적이다 잠드는 그의 하루는 책으로 시작하고 책으로 끝맺어진다. 또 그는 책을 한 권씩 읽지 않고 여러 권을 늘어놓고 읽는다. 동시에 6~7권을 읽어본 적도 있다고 한다.
서 씨는 읽은 책들을 가끔씩 베껴 써 본다. 그러면 눈으로 봤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책의 문체나 느낌들이 새롭게 와 닿는다고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향한 열정 또한 새록새록 그녀 안에 피어났다.
백용현(정경대 정경학부07)씨는 책에 주석을 달면서 읽는다. “종이가 잡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해 따로 모아 두지는 못했지만 쓰는 자체로 생각이 정리 된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습관은 특히나 정리할 게 많은 레포트를 쓸 때 유용하다고.

△책을 가까이 하는 비결

-채 씨는 늘 책을 사서 읽는 편인데, 언젠가는 이렇게 모은 책들로 자신만의 서재를 꾸미고 싶다고 한다. “내 이름을 건 도서관을 짓고 싶었지만 현실에 눈을 떠 서재를 만들기로 꿈을 조금 바꿨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영하의 에세이「랄랄라 하우스」에서는 책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전시의 기능이라더군요” 책은 살 때, 읽을 때뿐만 아니라 책장에 꼽고 그저 지켜보는 순간까지 그를 행복하게 해준다. 서울시립도서관도 자주 이용한다는 전 씨는 “서울시립도서관들끼리는 회원증 하나만 있으면 다 빌릴 수 있어요”라고 팁을 주면서 “물론 학교 도서관도 좋죠”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책을 고른다
-“옛날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뒤에 나와 있는 참고 문헌들을 연결해 읽는다”는 백 씨는 마치 링크를 타면서 홈페이지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듯 관심 있는 지식을 책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채 씨는 한 작가를 고르면 그 작가가 쓴 책을 두루두루 다 읽어보는데 이를 통해 그 작가의 생각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단다. 또 서 씨는 “책에도 스타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한 스타일의 책을 집으면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책들을 골라 읽으면서 그 표현방법을 깊이 음미한다.

△책을 읽자
-“책을 많이 읽으면 말할 주제가 많아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라고 말하는 채 씨에게 책은 의사소통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백 씨는 책이 압축된 경험을 전달하기에 실제 상황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려운 말은 다 버리자” 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으면 감동이 느껴지죠, 감동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멀리서 감동을 찾지 말자. 당신의 바로 옆에 있는 책 한 권이 당신을 설레는 감동에 폭 빠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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