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심야 라디오 방송이 늦게 끝났다며, 저 편에서 걸어오는 성시경(사회학과 00학번) 교우. 이미 5집을 낸 발라드 가수 타이틀보다 고대인의 소탈함이 더 자연스레 어울린다. 재작년 본교 졸업에 이어 본교 언론대학원 석사 논문 작성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선배님께서는 대학 재학 중 음악인의 길로 들어서셨는데요, 고대인에게 흔치 않은 길을 가게 된 이유와 경험담을 들어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어요, 가수라는 건. 그런데 삼수 끝나고 혼자 여행을 갔어요. 전국맛집기행. 일단 전라도로 출발해서 남해안, 대구, 강릉 이렇게 반 바퀴를 돌고 나니까, “뭘 해도 먹고사는데,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가 찾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까 난 항상 음악을 좋아했고, 노래를 자신 있어 했고, 노래를 하면 너무 행복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해봐야 겠다 결심했죠. 대신 일 년 만에 결정이 안 나면 바로 나는 다른 일을 찾거나 해야 겠다 했죠. 그리곤 오디션 많이 찾아다녔는데, 근데 한순간에 된 거죠. 착착 잘 되더라.

#. 고대에 입학한 후 7년 동안 학업과 연예활동을 병행하셨는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대학생활이란, 멋이 있는 건데 뭐 동아리 활동이라던가, CC가 돼본다던가, 봉사활동을 다녀본다든가, 교수님과 끈끈함을 통해 학문의 방향을 얻는다거나. 그런 경험을 저는 거의 못 했죠. 왜냐면 저는 거의 수업만 듣는 거니까. 게다가 삼수니 복학생 나이고... 그러니까 초반에 잠깐 새터와 농활 말고는 대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걸 많이 못했죠.
근데 대학의 기능이란, 공부를 하는 곳이잖아요. 큰 학문. 그것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면, 내가 놓친 ‘대학에서의 곁다리 문화의 즐김’ 같은 것은 아쉽지만, 공부는 많이 했고,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후회는 없어요.

#. 처음부터 발라드를 좋아했나요, 발라드는 선배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분명한건 댄스가 나에게 맞지 않는 장르라는 거구요.(웃음) 난 약간 과거지향적인 사람이었는지 몰라. 나는 싸이 같은 거 안 하고, 싫어해요. 문자보다는 손편지가 좋고. 그래서 그런지 난, 발라드가 좋은 이유는 더 진심이고, 더 공간을 감정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 못 볼 때 ‘아쉬움’, ‘안타까움’과 ‘닿을 수 없음’이 발라드의 기본 정서인데... 이제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조용히 찾아가 널 꺼내주는 게 아니라 미니홈피 들어가면 지금 누구랑 사귀는지 나오잖아요. 항상 커넥트(연결)가 돼 있는데 디스커넥트(분리)의 아픔을 노래하는 발라드라는 게 점점 먹힐까가 걱정이에요. 사실.
근데 요즘 K1이 사랑받고 있잖아요. 이 세련된 문화 안에 제대로 원시적인 것이 각광받는다는 거죠. 어차피 반대급부로 아날로그를 원할 수밖에 없어요. 0101 디지털로는 수학적으로 맞아도 이상하게 아날로그의 소리를 낼 수가 없는 거예요. 화려하고 트렌디한 음악이 대두될수록 외국에서는 데미안 라이스니 제임스 블런트니 포크, 클럽음악 등 다양하게 존재하거든요. 우리나라도 다양한 장르가 공존할 거라는 기대가 들어요.

#.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대답하기 애매하네요. 그건 감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영화 볼 때 어떻게 울어요? 내가 그 영화랑 똑같은 경험을 해서? 연기가 좋아서? 아니면 그날 기분이 되게 울적해서? 여러 가지가 있겠죠. 이건 연기자가 어떻게 우느냐랑도 비슷하고.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노래와 상황과 가사에. 노래의 매력은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있으니까 흘러오면서 감정이 잡히는 거죠. 어떻게 교감하느냐. 호흡의 문제인거죠. 요즘에 감정이 좋은 사람들은 드물어요. 준비된 신인들은 많은데, 장필순, 이소라 이런 사람 없어. 중요한 건 테크닉이 아닌데 시장에서 준비된 흉내쟁이들이 더 팔리니까 아티스트들이 많이 죽어가지.

#. 16개월째 라디오 DJ를 맡고 계신데 한밤의 라디오만이 갖는 매력이라면?
라디오가 아날로그적 매체라는 걸 알거예요. 사랑이 변해가고 디지털화 속에서 자극적인 것이 돼가고 트렌디한 것들이 많아지고 대신 쉽게 싫증나고. 라디오는 정말 천천히 가고요. TV는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일단 라디오의 기본정신이 '기다림' 이잖아요. 라디오는 그리고 DJ와 나의 일대일 대화죠. DJ가 “잘자요~” 하면 나한테 하는 거잖아. 친밀함, 사연을 보내고 나서의 기다림, 손편지, 그런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력적이고.

#. 평소 방송, 공연 등에서 저작권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주 의견을 피력하시는데, 그와 관련해 후배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저작권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많이 흔들려서 어떤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생각해요, 나는. 열심히 하면 가질 수 있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있고 나도 잘 될 수 있는 그런 희망이 자본주의잖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내가 뭘 진짜 열심히 만들었어. 근데 그냥 정보라네요 그게. “야 이 좋은 걸 왜 너 혼자 특권을 가져? 같이 나눠야지!” 이러잖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뭘 만들고 싶지 않은, 하향평준화의 세상이 오는 거예요. 노력에 대한 대가가 없고. 그러니까 힘이 빠지는 거지 이제. 대학생이라면 저작물이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이해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Copyright이 뭔지 정도는…

#. 사회에서 느꼈던 고대인은 어떤가요?
고대인은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진짜 ‘고대폐인’이 있고, 왜 있잖아 “고대~고대~고대!”. 사실 집단이기주의죠, 어떻게 보면. 다른 그룹 안에서 보기 안 좋을 때가 있는데 그런 거 말곤, 진짜 괜찮은 사람들이 많아요. 좋은 선배들도 많고요. 소리 없이 끌어주고... 그리고 우리는 좋은 점이 56살 아저씨를 만나도 고대 나왔다고 그러면, “선배님 술 사주세요” 할 수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좋은 거거든. 근데 이런 이야기는 우리끼리 하는 거지, 마음속으로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특히 옛날에는 학교색이 분명해서 연대생들은 뭐랄까 좀 더 새침떼기들이었어요. 서울 애들이 많고. 반면에 우리는 좀 더 지방t학생 비율이 많고 돈 없고 그랬는데, 요즘엔 되레 우리가 좀 더 검소할 줄 알고, 좀 더 진지하고, 좀 더 순박한 느낌이랄까. 난 그런 학교색을 살렸으면 좋겠어요. 우린 좀 더 진중하고... 그러면서 대신 깊이는 있고. 이런 느낌이요.

#. 교내에서 선배님께 사인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나도 학교에서는 학생이고 싶다” 며 거절하신 적이 있다던데 다른 이유라도 있었나요?
나는 사실 섭섭해서 그랬어요.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동문이면 적어도 “성시경이다!”라고 말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래도 내 학교 선후배라면... 내 귓전에서 “어, 성시경이다!” 라고 하는 신입생을 봤을 때에 선배로서의 섭섭함과 자괴감은…  물론 익숙지 않기 때문에, 덜 세련되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안 그랬으면 좋겠는 거죠. 그리고 내가 이 학교 학생인 거 알고, 내가 여기 공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수업 받으러 왔는데 늦어서 서두르고 있는데, 이기적으로 “사인해주세요!” 이런 건 싫어요, 저. 연예인이면 뭐든지 해줘야 한다, 그건 잘못 된 거예요. 적어도 우리 동문 선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 평소 의사표현이 거침없으신데 그로 인한 오해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나는 처음부턴 굽신대진 않았어요.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요, 그런 사람치고 안 변하는 사람없구요, 진실된 사람 없다고 생각해요. 나는 처음부터 진짜 좋으면 진짜 인사하고 진짜 밥 사달라 그러고, 진짜 술 먹자고 그러고, 진실로만 대했어요. 근데 사회생활 해보면. 진실이 잘 안 먹혀요. 대부분 오해를 받지. 그래서 그런 거 가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 예. 안녕하세요?”, “예. 아,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예.” 이러는 건데, 나는 그렇게 못하는 거죠. 앞선 사람은 진심이 아니지만 오해를 안 받고 되려 사랑을 받아요. 정말 착한사람으로. 나는? 나는 그렇게 못하고, 그렇게 안할 거예요. 둥글둥글하게 그렇게 살까, 모나게 하면서 소신 있게 할까. 이건 내가 젊은 날에 선택한 거예요. 나는 후자를 택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하는 편이에요. 

#. 주량은 고대에 와서 늘었나요? 술이 성대에 좋지 않은데 선배님께서는 주당으로 알려지셨던데요?
옛날부터 많이 먹었죠. 대학 때, 네 명이서 만 원짜리 모듬 안주 시키면 술만 13만원치 시켰으니까. 계속 서비스 안주만 먹고... 술, 목에는 당연히 안 좋죠. 그렇다고 어떻게 안 먹어?(웃음) 우리는 기능인이 아니잖아요. 예능인인거지. 완벽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테크니션이 아니예요. 우리는 우리 삶이 중요한거야. 오늘 술을 먹고 풀어지는 그 감정이 중요해요. 그게 목소리가 좀 컬컬해져도 나라는 사람이 부르는 게 중요한 것이지, 내 질 좋은 성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물론 이것(목)도 좋으면 좋겠지만. 감성이 중요하죠.

#. 미식가 ․ 대식가로 유명하신데 예전에 잘 가던 고대 근처 맛집... 혹시 있다면요?
이 근처에 ‘주유소’라고 거기를 자주 갔어요. 그리고 ‘삼성통닭’, ‘나그네파전’. 그리고 우리 때는 껍데기집 같은 거 있었어요. 정문 앞에 돼지껍데기 팔고. ‘이모집’, ‘고모집’ 이런데 다녔어요. 그리고 뭐 잔디밭에서 많이 시켜먹었지. 번개반점이나, 저기 공대 쪽에 '안암장' 거기는 자장면이 맛있었어요. 감자 넣고 옛날식으로. 거기 아직도 있나? 공대 앞 153당구장. 거기서 많이 시켜먹었죠.

#. 사회학과를 졸업하시고 본교 언론대학원에 진학하셨는데요?
지난 주에 졸업시험 봤고 이번에 논문을 써요. 학부 전공이었던 사회학은 큰 의미가 있는 반면, 신방학은 너무너무 재밌어요. 내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으니 도움도 되고. 내가 하는 일이 방송일 수밖에 없다면 미디어란 무엇이고 수용자는 무엇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이 패러다임이 무엇인가를 알아가기 때문에 재밌어요. 음,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 29살, 언론대학원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인데, 앞으로 선배님의 계획에 대해서 듣고자 합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은?
사실은 제일 걱정인 게 20대를 너무 날려버렸어요. 여행도 하고 싶었고 자유롭고 싶은데, 그럼 결혼이 너무 늦어지진 않을까 그런 것들이 걱정이구요. 음, 한번쯤은 자유로워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정한 것은 없지만, 유학을 가고 싶어요. 지금과 완전히 다른 곳에 가서 ‘지구인’이라는 걸 느끼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사실 크게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은 것도 없어요. 이제 내 주장과 목표가 뚜렷해졌으니까.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연극, 강사도 해보고 싶어요. 저 가르치는 거 좋아해요.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거.(웃음)

#. 지성인의 대접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하는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어떤 것일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대학생이란 책임의식과 고마움을 갖고 잡히는 대로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지축을 박차고 포효하라’잖아요 진짜. 에너지가 넘치게! 뭔가 손은 댔는데 끝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 결혼하겠다고 미친 척 해보고 술 때문에 위세척도 해보고. 공부로 장학금도 타보고, 놀 거면 학사경고도 받고, 계절학기-패배자의 수업도 한번 듣고, 그런 사람이 멋있는 거 같아요. 눈치보고 이런 것은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나 하고 지금은 뭔가 잡히면 끝장을 보세요. 그러면 길이 보여요. 뭐 학교 다니면서 대충 수업 듣고 밥도 먹고 그러면서 “나는 나름 또 대학생이야.” 그러지 말고, 좀 열심히 끝을 보는 모습이었다는 생각을 하구요.
또 적어도 대학생들은 팩트를 볼 때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뭐든 절대적으로 믿지 말고 비판적 자세를 가지기를 바래요. “조승희가 정말 죽였는가? 왜 지금 저 기사가 났을까?”이래야지, “뭐 죽였다고? 큰일 났네.” 라고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왜 그들일까, 왜 지금일까? 대학생이므로 답답해하고 궁금해 해야지 덜컥 믿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 가지만 더,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에 오면 특히 우~하는 게 많아서 나는 민족생존권투쟁이 뭔지 뜻도 모르고 나가는 학우들을 많이 봤어요. 그냥 멋있는거야. 신입생이고, 또 군중심리라는 게... 그러지 말고 미팅을 하든, 수업을 듣든 째든, 뭐든 자기 결정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정말 달라요. 이젠 자기 삶과 스케줄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과방에서 선배와 이야기하는 듯 착각이 들던 대화 내내, 성 교우는 자의식을 가지고 젊음을 즐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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