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5일 밤, 본관은 처장을 맡은 보직교수들과 학생들로 가득했다. 보건과학대로 통합된 보건대 05학번 이상 학생들의 ‘안암총학생회장 선거투표권’을 학교측에서 인정하지 않자 학생들은 본관으로 몰려갔다. 처장들이 학생들의 요구안을 건네받는 것을 거부하자 학생들은 교수들을 본관에 밤새 억류시켰다.

‘교수 감금 사태’로 알려진 이 일로 7명의 학생들은 출교조치를 받았고 5명은 유기정학, 7명은 견책 조치를 받았다. 출교조치를 내린 학교측과 출교조치를 받은 출교자들은 지난 1년간 싸움을 벌여왔다. 학교로서는 잊기 위한, 출교자들로서는 잊히지 않기 위한 싸움이었다. 이러는 동안 양 쪽의 기억은 간단하게 ‘정리’되고 있다. 학교는 출교자들을 패륜적인 행위를 저지른 문제아로 기억하고, 출교자들은 학교를 학생자치활동을 탄압한 부당한 권력남용의 상징이라 말한다.

정작 그날의 사건과, 그날의 징계조치는 잊혀져 간다. 그날 밤 제자들에게 갇혀 밤을 지새야했던 교수들의‘모욕감’을, 징계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당혹감’을 이제는 몇 사람이나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 3일(목) 민주광장에선 ‘출교 1주년 기념행사’의 마지막 행사로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민주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100명이 채 안됐다. 다시 1년이 지나면 그 자리에 몇 명이나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 단편적인 것들만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바람직한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객관적인 사실을 갖고 논의할 수 있을 때 출교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처처럼 본관 앞에 천막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양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