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대에 속한 나는 과방이 있는 홍보관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든다. 친구들을 보기 위해 찾아가고, 저녁엔 친구들과 둘러앉아 조별발표를 준비한다. 혼자서 공부할 때도, 가끔씩 들르는 친구와 후배들을 볼 수 있는 과방을 자주 이용한다.

지난 월요일에도 난 과방에서 다음날 있을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다른 날보다 집중하기가 몇 배는 힘들었다. 밤늦도록 계속된 민주광장에서 들려오는 공연 소리 때문이었다. 메이데이 전야제가 열리고 있었던 민주광장에선 쉴 새 없이 큰 소리가 울려퍼졌고, 홍보관은 이 소리 때문에 내내 웅웅거렸다.

민주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한 사람들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공공시설이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다른 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지도 모를 대규모 행사라면 미리 그 행사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메이데이 전야제만 해도 이런 행사가 오늘 저녁 열릴 것이라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긴 했지만 단순히 그 행사에의 참여를 제안하는 형식이었다. 행사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다른 학생들을 위한 어떠한 안내도 찾아볼 수 없었다. ‘큰 소음이 발생하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라도 많이 붙였다면 이날 저녁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이해’라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학내에서 벌어지는 행사의 개최여부나 구조물의 설치를 학생들이 협의해 결정하는 기구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학생들을 대표할 대표자들이 모여 이러한 기구를 만들고 이곳에서 허가를 받은 행사와 구조물만이 학내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꼭 이번의 행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는 행사정도는 충분히 사전에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총학이 허가해 중앙광장에 들어왔던 발전노조 때 일을 돌이켜보자면 그때 총학이 자유게시판 등에서 무수한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총학이 혼자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앞서 언급한 그러한 기제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그러한 행사의 개최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도 될 수 있다.

또 출교자 천막이 졸업사진을 찍는데 큰 방해가 된다는 자게의 글이 많은데, 평생 남는 졸업사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출교자 학생들과도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며칠간 동안이라도 천막을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유로운 의견의 표출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보장되는 학교라지만,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만은 절제돼야 한다.
/익명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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