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 항상 세상은 ‘새롭다’는 말로 가득하다. 지난 일은 모두 잊고 새로운 결심,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구호로 주변이 떠들썩하다. 해가 바뀌는 것을 계기로 마음을 한번 다져서 변화와 발전의 계기로 삼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젊은 학생들의 마음은 의욕과 미래를 향한 낙관적 계획으로 가득 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에게는 지나간 과거를 고칠 수 있는 힘이 없고, 그들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남아있는 날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새해 벽두마다 새 출발을 외치는 것이 좀 진부해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하루하루도 따지고 보면 그 때는 새로운 시간이었다. 과거에도 새해는 해마다 왔고, 그것이 과거로 변해온 것이 인간의 삶의 부정할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일생이라는 것이 비관적으로 말한다면 새해의 결심과 연말의 후회의 연속일 수 있다. 
 

장기적인 삶의 계획 확립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좀 더 생각하는 새해 맞이를 하라는 조언을 하고싶어서이다. 다시 말하면, 삶을 보다 장기적이고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사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젊은 날의 절대명제인 자아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도, 한 걸음 물러서서 관조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새 해는 지금까지의 자기 삶과 앞으로의 계획을 넓은 시각에서 생각하는 해로 보내면 어떨까.

여기서 보다 넓은 시각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는 시간적인 의미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평가는 순간적인 행위의 잘잘못과 성취에 대한 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한 사람의 삶 전체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평가의 대상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궁극적 진보라는 먼 시각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 해에 집중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은 자신의 장기적 목표와 연관시켜서 이해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순간적인 이익을 성취의 전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이란 미래로 열려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점이 반드시 개인의 삶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회나 국가를 더 나은 것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장기적인 관점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로 인한 당장의 이익과 성취를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미래에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에 다름 아니다. 인간의 삶은 현재의 추상적 이익극대화에 매몰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 성찰


또 하나 우리가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보아야할 것은 자신과 나머지 세상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자아성취와 개인의 권리 중심의 자유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우리는 너무나 내부로만 향하는 닫힌 자아의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자녀로 태어나 누군가의 친구로, 직장동료로, 부모로, 스승으로, 제자로 살아간다. 자신의 삶을 주변과의 관계에서 성찰하는 일의 중요성은 현대인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윤리적 덕성을 지향하며, 인간의 삶은 어떤 공동체에 속해서 사는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속해서 사는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시대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우리의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공동체는 고정되어 있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참여와 관심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해 가는 것이다.
자신의 장기적 삶의 계획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의 전망을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분절된 시간의 연속이거나 고립된 혼자의 삶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장기적 계획과 전망을 가져야 한다. 새해는 다시 오지만 우리의 삶은 다시 오지 않는다.   

김병곤(정경대 교수, 정치사상)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