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팀플의 시대가 왔다. 교양관 로비 혹은 고대마루에서 5~6명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팀플의 장점은 많다. 한 학기동안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인사 한 번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도 못 낼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다. 다양한 과, 다양한 학번과의 교류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 자신이 맡은 역할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준비를 하게 된다. 내 의견을 팀원들에게 설득시키고, 다른 팀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팀플을 좋아하지 않는다. 5~6명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찾기도 어렵고, 5~6명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나아가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어렵고,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이 팀에서 내가 이만큼의 일을 했다는 것을 드러내야한다는 점이 불편하다. 개인이 내는 레포트와는 달리 팀플은 여러 명이 공동으로 완성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에 누가 어느 정도 팀에 기여를 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때때로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을 가려내고자 조원평가라는 제도를 쓰기도 한다. 각 조원들이 각자 자신이 팀에서 한 일을 적고, 다른 팀원들을 100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

어느 수업 때 조원평가를 하게 되었는데 나와 가까운 사람, 혹은 조장 말고는 누가 어떤 일을 어느 정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모여 자신이 한 일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척 껄끄럽고, 부끄럽고, 민망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고, 왠지 학점에 너무 목매는 느낌이 들었고, 다른 조원들에게 잘 봐달라고 비굴해지는 것 같았다. 과제를 잘 마치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대체 모두가 열심히 했는데 왜 조원평가를 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임승차자를 경험하고서는 조원평가가 왜 생기게 되었는가를 깨달았다. 인사만 할뿐 할당된 과제도 안 할 뿐더러 모이자고 해도 언제나 바쁜 일이 있단다. 하지만 그 일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말하기 곤란하다고만 할 뿐이다. 괘씸해서 무임승차자에 맞추어 모임시간을 짜도 지각하고, 그저 몸만 와있고 회의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면서 죄송하다고만 했다. 정말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는지조차 의심되었다. 결국 과제는 완성하였고, 무임승차자는 정말 열심히 참여한 다른 조원들과 똑같은 평가를 받았다. 진심으로 조원평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미꾸라지가 강물을 더럽힌다고 했다. 성실하지 못하고 꼼수 노리는 몇몇 개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  /익명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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