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대동제로 학교가 일주일 내내 시끌벅적했다. 어느 학교 학생인가를 막론하고 고대 축제 재미있더라, 하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의 성급한 판단일까? 지금까지 대동제, 하면 주점과 입실렌티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미끄럼틀도 타고, 화려한 개막제 콘서트도 볼 수 있었던 이번 대동제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확실히 재미는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축제 깊숙이 파고들어온 기업과 거대 자본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작년부터 입실렌티와 고연전 때 나눠주는 빨간 쓰레기봉투(소위 ‘쓰봉’이라 부르는)에 광고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대동제 기간에는 학교 안에서 광고차가 활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광장에서 줄서서 한 움큼씩 나눠주는 과자와 음료수도 결국 광고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대동제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났는지는 의문이다. 재미있는 대동제를 준비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축제 문화 속에서 대학교가 어떤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그냥 끼리끼리 모여서도 놀 수 있는데 왜 축제를 여는가, 축제를 통해 나누어야 할 가치 혹은 돌아보아야 할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대동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던 중, 과 학생회장으로서 경험한 주점은 새롭게 다가왔다. 일단 뒷정리라든가, 대학원 수업에 방해가 된다든가 하는 지적은 흔히 있어왔는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므로 굳이 이 지면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밖에서 보면 주점은 술 마시고 시끄럽게 노는, 또 하나의 소비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 공동체에 있어서 주점은 단순히 과/반 학우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주점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정말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주점 장소와 주제 등등을 정하는 회의나 물품 구입부터 마무리까지. 여럿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정이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올해 비가 와서 흠뻑 젖는 것도 감수하고 여럿이 함께 천막을 설치하고, 수업 끝나자마자 지치지도 않고 달려온 과 학우들이 뚝딱뚝딱 부엌을 만들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주점 주제를 정하는 회의에서는 놀 땐 놀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한미 FTA라든가, 출교 문제, 노동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도 비교적 많은 학우들과 나눠볼 수 있었다. 좀 작긴 하지만, 하나의 과/반 안에서 주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놀 자리’를 만들어보는 경험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을 나눌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사실 다른 과/반에서 어떤 방식으로 주점이 진행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과/반 집행부들이 준비하고 다른 학우들은 손님처럼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학우들이 주점을 통해 자기 손으로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때에 주점은 단순히 대동제 때가 되면 으레 하는 것이 아니라 과/반 공동체에 활력을 주는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이든(사범대 국교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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