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교육, 출판과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의 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과연 재정지원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본교 문과대 교수들이 '인문학 선언문'을 발표한 후, 여러 교수단체와 학술단체들의 인문학 위기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다. 이러한 위기의식에 대한 화답인지 교육부는 지난 17일  ‘인문학 진흥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오는 2016년까지 10년 동안 4000억원을 투입해 인문학 연구를 위한 거점 연구소와 지역학 연구소를 전국적으로 신설하고, 100여편의 우리 고전을 영문으로 번역하며, 인문학 교수와 대학생들에게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의 많은 부분이 연구소 육성과 저술, 출판 부분에 집중돼 현재의 인문학자와 연구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겠지만, 내일의 인문학도들 위한 지원방안은 장기과제로 돌려졌다.

더욱이 이번 정책을 내기까지 해당분야에 대한 세심한 조사와 분석 없이 서둘러서 지원책이 나온 감이 있다. 매년 10억원 이상을 지원할 거점 연구소 선발을 위해 지원희망 기관에 한 달 안에 사업계획을 만들라는 식의 조급함이 계획 곳곳에 배어 있다.  

실제로 재정지원은 위기탈출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해당 분야의 자생력을 죽이는 일회성 진통제가 될 수도 있다. WTO, 우르과이 라운드, FTA의 파고를 막기 위해 지난 15년간 13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농촌의 현실이 대표적 사례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연구자만의 위기가 아니다. 지난해 인문학 위기선언이 단지 재정지원에 대한 요구로 읽혀졌다면, 그것이 왜 현재의 인문학 위기가 나온 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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