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logger] ② 잠밤기 송준의
잠밤기와 떠나는 오싹한 괴담 여행
2010-11-08 위대용 기자
지금까지 언론과 30번 정도 인터뷰를 한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thering.co.kr)’ 운영자 송준의 씨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뭔지 묻자 웃으며 대답했다.
송 씨가 본격적으로 괴담 블로그 잠밤기를 시작한 건 2003년. 송 씨는 이왕 하는 거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블로그가 대중에게 알려진지 얼마 안 돼서 IT관련 블로그가 대부분이었죠. 공포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독특한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잠밤기의 괴담은 투고와 송 씨의 창작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다. 방문자들의 투고를 받는 ‘괴담 투고하기’ 게시판에는 지금도 계속해서 글이 올라온다. 그 중 괜찮다 싶은 소재를 송 씨가 다듬어 포스팅한다. 2003년 12월 7일 ‘홍콩할매 귀신을 아시나요?’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잠밤기에 올라 온 괴담은 무려 900여 건. 잠밤기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첫 글부터 하나하나 읽기 시작하다 며칠 밤을 꼬박 샐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괴담이 실화냐 아니냐 묻는 분들이 있는데 딱히 실증에 뜻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이야기 자체만 즐기려고 하죠”
글쓰기와 관련 없는 디자인을 전공을 공부한 송 씨는 잠밤기를 운영하며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창작을 해야 되니까 작법서도 찾아서 읽게 되고 인문학 서적도 많이 보게 됐어요. 괴담이라는 게 그 안에 담긴 메타포도 중요하다보니 최근에는 민속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죠”
방문자 수가 많아지자 공포영화를 만드는 영화사로부터 시사회 참가자를 모집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연 시사회 이벤트만 20회 정도. 시사회가 끝나고 정기모임을 열어 친목도 다졌다. “적을 땐 20명에서 많을 땐 200명 씩 모집해요. 선착순으로 모집했다가 만날 잠복하시는 분들만 당첨돼서 지금은 무작위로 뽑고 있죠” 특이한 건 참석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잠밤기에는 괴담을 지역별로 구분한 ‘괴담 대동여지도’ 게시판이 있다. 괴담과 지역을 연결지어 실화느낌을 살리려는 의도였다. 세종대, 한양대, 한예종 등 대학괴담은 물론 미국, 홍콩, 일본 등 해외 괴담도 있지만 아직 고려대 괴담은 없다.
“갑자기 제가 운영을 그만두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블로그는 유령처럼 살아있을 것 같아요. 운영자가 죽었는데 이야기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그러면 진짜 전설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