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횡단] '기적'이 된 당연한 일

2013-11-03     박영일 기자

  11월 1일 광주지법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났다. 미쓰비시에 강제로 징용돼 고초를 겪은 위안부 할머님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 14년 만에 승소했다. 판결문은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으로서 역사의 피해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 된다. 할머님들은 이 당연한 승소가 ‘기적’이며 ‘시민의 승리’라고 평했다.

  ‘2차 대전 때 일본군들은 보급이 끊겼을 때 여자들을 겁탈해 정신적 사기를 충당했다. 반인간적 만행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 것’ 최근 한 방송프로에서 소개된 성인 만화의 연재분이다. 일본군의 만행을 합리화하는 어처구니없는 대목이지만 공분은 없었다. 비난은 만화를 소개한 개그맨에게 돌아갔다. ‘음지 문화를 양지로 끌어온 데 대한 불쾌함’이 주된 목소리다. 한 개그맨은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 이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니냐?’ 라는 과거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방송 하차를 선언했다. 그리고 단 6개월 만에 복귀했다. 6개월 간 ‘10년도 넘은 과거 발언으로 놓치기엔 아까운 인재’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고 그에게 막연한 ‘비판’외에 별다른 조치가 처해진 것도 아니다. 복귀 후 그는 다시 공중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번 끔찍한 말실수를 했으니 생업을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말실수가 단순한 실수로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는 잘못됐다. 전범국인 독일은 나치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까지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두고 있다. 식민지였던 우리는 왜 이러한 발언에 무관심하며 처벌의 목소리조차 작은가. 할머니들의 감사인사에 부끄러워진다. 그 당연한 승소를 ‘기적’으로 만든 것이 시민의 공이고 덕임을 또 한번 통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