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돌띠] 한옥 속, 크레페의 동화 속으로

2018-11-05     이선영 기자

  살아가다 보면 때로 나만의 쉼터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똑같은 일상을 벗어날 만큼은 아니라도 마음을 놓고 쉬고 싶을 때가. 그런 당신을 위해, 익선동 골목을 구석구석 탐험하듯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카페가 기다리고 있다. 나무로 지은 한옥 구조에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한 ‘크레페 한옥’이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올법한 이름은 방문한 이로 하여금 아늑한 아지트 속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분위기를 띄워주는 잔잔한 재즈, 아담하게 올라 있는 나무 천장, 그 밑에 매달린 자그마한 전구와 화분.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향초와 열린 문 틈새로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카페를 ‘한옥거리’라는 특성에서 벗어나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카페 내부는 식물의 푸른 향기와 은은한 커피 향이 우아하게 퍼져 있어 후각을 안정시켜준다. 꽃이 수 놓인 쿠션과 선반에 놓인 아기자기한 식기가 시야를 채울 쯤이면, 경직된 몸이 저절로 풀어진다. 벽을 덮은 액자 위로는 형형색색의 꽃 영상이 우아하게 스쳐 지나간다.

  포근한 풍경에 묻혀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곧 노란 꽃 같은 크레페가 손에 쥐어진다. 따끈한 크레페엔 하얀 크림 위에 초콜릿 가루가 밤하늘에 가득한 별처럼 뿌려져 있다. 접시엔 사과, 키위, 바나나와 같은 형형색색의 과일이 곁들여져 먹기 아까운 모습마저 연출하기도 한다. 크레페를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초콜릿 칩이 한입 가득 터져 나온다. 입에서 쌉싸름한 커피와 어우러지는 크레페는 마음까지도 녹이는 듯 하다.

  “핫플레이스인 익선동의 특성상 단골이 생기기 힘든데, 손님들이 또 찾아주실 때 보람을 느껴요.” 커피를 내리고 있던 ‘크레페 한옥’의 직원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직원은 “손님들이 크레페를 깔끔하게, 맛있게 느껴주실 때 무척 기쁘다”고 말을 이었다. 친구와 함께 크레페 한옥을 찾은 오기와라 미후유(荻原 美冬)는 “카페의 분위기가 독특해서 좋았고, 크레페 덕분에 눈과 입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선영 기자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