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고려대학교 총장 후보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 “수익구조 다변화로 강한 고대 만들겠습니다”
- 총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현재 본교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뽑자면 ‘재정’, ‘대학평가’, 직원‘ 세 가지입니다. 적자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학평가 순위가 밀리고, 직원들의 파업도 잦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해서 전문 지식과 경험이 많은 총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영학 중에서도 노사관계, 즉 다양한 이해관계를 다루는 분야를 공부해왔습니다. 또한 총무처장, 기획예산처장, 노동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맡으며 경험도 많이 쌓았죠. 학교가 맞닥뜨린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핵심 공약을 설명한다면
“‘수익구조의 다변화’입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문제 중 특히 ‘재정’ 문제의 해결이 중요합니다. 와세대대학의 재정 개혁 이야기를 담은 책인 <와세다대학의 개혁>의 부제목은 ‘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 없다’입니다. 실제로 재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수한 교원을 뽑기도 힘들고 연구 지원도 힘들어집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우리 대학은 등록금 의존율이 너무 높습니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20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대학 모델은 재정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생애주기별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10대부터 70대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메타버스형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외국인 학생의 유치를 늘리는 것 역시 교육 대상 학생을 늘려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방안입니다. 또한 대기업의 모금을 받아 인문사회관 건설, 자연계 관장 조성 등의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재정 지원 확보와 예산 제도 변화, 창업과 기술 이전의 활성화를 통해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특히 본교는 창업 매출액 등의 규모 면에서 타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창업 지원을 늘려 학교 주요 수익원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현재 교원 또는 학생이 창업하면 본교에서 수익의 20~30%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 비율을 줄이고 창업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학교 측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오히려 늘어날 것입니다.”
- 예산 제도의 변화가 왜 필요한가
“현재는 예산의 수립과 집행이 과거 관행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교 재정 상황이 좋아지면 전체 부처 예산이 기존에서 10%씩 늘어나고, 악화하면 10%씩 삭감되는 식입니다. 개별 단과대학이나 각 부처에서 손해가 나고 있는지 이익이 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해 예산 편성에 있어 대책을 세울 수도 없습니다. 이에 2024년부터 ‘제로베이스 예산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예산의 편성을 ‘0(zero)’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20~30%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보이는 제도입니다. 불필요한 관리행정비를 줄임으로써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메타버스형 온라인 교육’의 이점은
“세상은 변화했습니다. 비대면의 편리함을 알게 됐습니다. 각자가 가장 편한 공간에서 수업을 듣고, 일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비대면 강의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는 박사 과정 강의의 수강생 절반은 지방에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대면으로 진행하면 참석할 사람의 절반만 참석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교의 수익성과 학생의 편리성을 모두 보장할 수 있습니다.”
- 수강신청에 도입하고자 하는 ‘Bidding’ 시스템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정말로 듣고 싶은 강의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해서 수강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모든 학생에게 1000점이 주어진다면, 학생들은 꼭 들어야 하는 강의에 500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꼭 필요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죠. 경영전문대학원에서 10년 전부터 운영해왔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학교 전체로 시스템을 확대한다면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과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일반교원 임용제도’의 부활을 언급했다
“대학에서 교원을 임용하는 방식은 ‘일반임용’과 ‘특별임용’으로 나눠집니다. 박사 과정을 막 마친 조교수를 스카우트로 임용하는 방식이 ‘일반임용’, 이미 유명한 교원을 학교로 데려오는 방식이 ‘특별임용’입니다. 두 방식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반임용만 한다면 훌륭한 교원을 데려오기 힘들고, 특별임용만 한다면 교육이나 연구에 있어 세대 차이가 나타나거나 퇴임 시 교원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대학은 두 방식을 적절히 섞어서 교원을 임용합니다. 다만 본교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특별임용 방식만을 취해왔습니다. 평균적으로 대학 교원에서 정교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지만, 본교는 정교수의 비율이 70%에 가깝습니다. 경영대의 경우 80%나 됩니다. 이는 결국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 세종캠에 치과대학과 수의과대학의 유치를 추진하겠다 밝혔다
“본교 의과대학과 생명과학대학, 보건과학대학의 규모는 상당히 큰 편입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주목할 만하죠. 치과대학과 수의과대학까지 설립한다면 우리나라 최대의 바이오 연구 복합체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수익성이 기대되기도 하고요.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으로 서울에서 치과대학과 수의과대학을 설립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치과대학은 2000년대 들어서 설립이 허가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지역이 ‘세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세종시는 새로 생긴 도시입니다. 병원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데도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수의과대학은 연구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겁니다.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 총장 후보로서의 각오는
“저는 학교가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고대, 준비된 후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강한 고대’를 만들려면 제가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해외 6개 대학의 사례를 분석하고, 10개의 본교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고려대학교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 대학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이원호·엄선영 기자 press@
사진 | 한다빈 기자 binsoffthew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