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FILX] <친구>의 흥행이 가져온 그림자

高FILX는 고대인이 애정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24-05-20     이윤승(경영대 경영23)

<친구>

별점: ★★★★☆

한줄평: 너무나 컸던 명작의 파급력


  <친구>는 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제한이 있지만 800만 관중을 돌파해 한국 범죄 느와르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임과 동시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다. 한국 영화계에 삼류 조폭물이 범람하게 된 계기가 됐고, 곽경택 감독이 모델이 된 실제 조폭에게 모델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조직폭력배들에게 납치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친구>의 배경지가 부산이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부산 지역의 ‘칠성파’와 ‘신20세기파’ 간의 실제 갈등 사건을 다룬 영화인만큼 주연들의 찰떡같은 부산 사투리 연기가 영화의 흥행 요소였지만, 이는 이후에 나온 삼류 조폭물들이 주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계기가 됐다. 부산이 하나의 ‘깡패 영화 성지’가 돼버린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11년 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정점을 찍는데, <친구>와 <범죄와의 전쟁>으로 인해 방송에서도 부산 사투리를 우스꽝스럽게 사용해 양아치 흉내를 내는 예능인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친구>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범죄 영화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전라도에 대한 지역적 차별에 기인했었다. 전라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영화 악역의 전라도 사투리 사용으로 이어지고, 미디어의 이러한 모습에 대중이 영향을 받아서 다시 차별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조폭 하면 부산’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친구>와 이를 이은 범죄와의 전쟁의 대히트, 미디어에서 이들 영화에 영향을 받은 여러 출연자의 양아치 흉내가 부산은 조폭의 도시라는 인식을 만들고, 이런 인식은 다시 최근까지도 부산 사투리를 쓰는 악역이 자주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 문제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부산 지역 언론이나 방송에서 자주 거론돼 문제시됐지만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필시 <친구>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했기에, 그리고 그 성공의 맛이 너무 달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나온 영화들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부산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들었을 때 상남자, 깡패가 생각난다면 인식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이윤승(경영대 경영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