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의심은 생각보다 좋은 습관이다

2024-10-06     고대신문

  ‘의심’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남을 의심하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 같고, 나를 의심하면 자존감을 깎아 먹는 것 같다. 하지만 의심은 생각보다 좋은 습관이다. 일은 절대 순조롭게 진행될 리 없으니까. 피드백 없이, 내부 갈등 없이 굴러간다? 95%의 확률로 1주 뒤 폭풍이 몰아친다. 대부분 문제는 내가 나를 의심하지 않아서, 내가 남을 의심하지 않아서 벌어진다. 

  화장품 상품 개발 일을 할 때였다. 화장품 제형을 확정하고 제조사에 주문서를 넣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제조사에서 전화가 왔다. 국내에 없는 원료가 들어 있어 수급까지 12주가 소요된다고. 원료 수급은 통상적으로 4~6주 소요되기에 당장 다음 달 런칭할 계획이었다. 

  남을 의심하지 않은 대가는 내 실적이 세 달 뒤로 밀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차라리 다른 사람이 실수한 거면 다행이다. 문제를 ‘문제’로만 보고 해결하면 된다. 위의 상황은 대안 제형을 개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한 달 뒤 런칭했다. 하지만 내가 의심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면 문제에 ‘자책’이란 감정이 더해진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IT 프로덕트에 신규 기능을 추가하는 기획을 했다. 이미 디자인은 거의 완성 단계이고, 개발도 20%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진행되는 동안 내부 갈등도, 외부 피드백도 없었다. 추석 내내 ‘불안하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아니나 다를까, 추석이 끝나자마자 대표님의 한 시간 반 피드백이 이어졌다. 주된 내용은 ‘그 기능을 왜 추가하는지 모르겠다’였다.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기 위한 문서를 준비해야 했다. 문서를 준비하는 내내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의심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 ‘미리 의심할 걸’이란 후회가 컸다. 그 의심에 대답하는 과정을 미리 가졌다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업무 관련 자기계발서에 ‘why so - so what 구조로 생각하라’는 내용이 있다. 실무자의 언어로 번역하면 ‘의심하고 대답하라’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 ‘다른 방법은 없어?’ 같은 물음들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는 과정이 있어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한다. 스스로를 의심한다면, 잘하는 중이다. 20대는 미래에 대한 의문이 쏟아질 때다. 의심은 미리 하는 게 낫다. 답도 일찍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의심에 그치지 않고 답을 내려야 한다. 답 없는 의심은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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